[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생명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을 받은 뒤 보험금을 전액 지급받은 고객의 비율이 최근 5년 새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사례는 크게 늘어나면서, 보험사 중심의 의료자문 절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손해보험사 16곳에서 26만5,682건, 생명보험사 21곳에서 8만9,441건의 의료자문이 진행됐다.
21개 생명보험사 기준으로, 의료자문에 동의한 고객 중 보험금을 전액 지급받은 비율은 2020년 38.2%에서 올해 상반기 27.2%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고객의 비율은 19.9%에서 30.7%로 10.8%포인트 상승했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보험사와 계약자 간 이견이 있을 때 제3의 전문의에게 판단을 의뢰하는 절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험사가 자문 결과를 보험금 감액이나 부지급 근거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표준약관은 보험사와 고객이 협의해 자문의사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 생보사 의료자문 중 77%에 해당하는 6만9,044건이 보험사가 자체 보유한 '자문의사 풀(Pool)'에서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보사 평균 자문료는 보험사 자체 선정 전문의가 건당 27만3,460원, 고객이 추천한 제3자 전문의는 31만9,836원으로, 보험사 측 자문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자문료는 전액 보험사가 부담한다.
자문의 반복 활용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동일 자문의가 수행한 최다 자문 건수는 삼성생명이 1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이 해당 자문 전문의 1인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최대 4,836만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허영 의원은 "보험사가 자문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고객이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절차 자체를 중단하는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의료자문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2021년 8월 '의료자문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지만, 이후 실질적 제도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올해 3월 '보험개혁방안'에 포함된 자문의사 선정 공정성 강화 대책 역시 아직 이행되지 않아 개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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