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본사만 커지고 가맹점은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외식, 피자, 치킨 업종에서는 본사 매출이 늘고 있지만 실제로 점포당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시장이 본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맹점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10일 주요 7개 업종(커피·음료, 치킨, 피자, 편의점, 제과제빵, 외식, 화장품)에서 지난 3년간의 매출 추이를 살펴본 결과, 본사의 전체 매출은 10.8% 증가했지만 가맹점 평균 매출은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8만7,108개였던 전체 가맹점 수는 지난해 9만2,885개로 6.6% 늘었다. 하지만 가맹점이 늘어도 매출이 오히려 쪼개지면서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는 '과포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리더스인덱스는 "가맹점 수 확대만으로는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어 매출 분산 현상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피자 프랜차이즈의 양극화가 가장 극심했다. 7개 주요 피자 브랜드 본사는 매출이 4,189억 원에서 1조1,193억 원으로 66.5% 급증했지만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같은 기간 3억5,381만 원에서 3억1,163만 원으로 11.9% 감소했다.
가맹점 수도 1,757개에서 1,895개로 7.9%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프랜차이즈 확장 전략이 본사의 수익성엔 도움을 줬어도 개별 점포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식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54개 외식 브랜드 본사 매출은 29.7% 늘었으나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16.4% 줄었다. 본사는 메뉴 개발, 브랜딩, 마케팅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웠지만 가맹점은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됐다.
제과제빵 업종도 마찬가지다. 8개 본사의 매출은 5% 늘었지만 가맹점 매출은 18.7% 급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빵집은 커피·디저트 시장의 경쟁 심화로 본사 마케팅만으론 점포 매출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침체 속에서도 본사와 가맹점이 둘 다 성장한 분야는 '커피·음료' 업종이었다. 주요 커피 브랜드의 가맹점 수는 9,661개에서 1만1,513개로 19.2%나 늘었고 본사 매출도 2조9,563억원에서 3조9,447억 원으로 33.4%나 증가했다.
가맹점당 평균 매출 역시 14.1% 증가했다. 테이크아웃 중심의 소비, 스페셜티 커피 유행, 공격적인 리브랜딩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스타벅스, 이디야, 메가커피 같은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중소형 브랜드도 '가성비' 경쟁을 내세우며 점포당 수익을 끌어올린 점이 주목받았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커피 시장은 외식업과 달리 회전율이 높고, 배달 수요도 꾸준해 매출 안정성이 높다"며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 구조를 만들기 쉬운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종도 가맹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기준 5만5,331개로, 이 가운데 CU(1만8,458개)가 가장 많았고, 세븐일레븐, GS25, 이마트24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하지만 점포 수 증가에 비해 전체 매출 성장세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출점 경쟁이 워낙 심해 점주 간 매출 잠식이 크다"고 하면서 "본사는 점포 개설 수수료와 물류마진으로 버티지만, 정작 점포당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맹점당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테이스티코리아의 중식 브랜드 '매란방'이었다. 지난해 기준 점포당 연평균 11억4,680만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중식 콘셉트가 확실하게 차별화돼 소수 점포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이런 구조적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리더스인덱스는 보고서를 통해 "외식, 치킨, 피자, 편의점 업종은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가맹점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지난 3년간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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