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노벨문학상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국내 번역서 모두 알마에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2025 노벨문학상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국내 번역서 모두 알마에서

독서신문 2025-10-10 10:02:46 신고

3줄요약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묵시록 4부작' 중 국내 번역된 세 권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9일 저녁(한국시각) 그를 올해의 수상자로 발표하며 “재앙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증명한 작가”라고 평했다. 헝가리 출신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것은 홀로코스트 생존 작가 임레 케르테스가 2002년 수상한 이후 23년 만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동유럽 현대문학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작가로, 절망과 혼돈, 타락과 구속의 세계 속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인간의 실존을 탐색해 왔다. 미국의 평론가 수전 손택은 그를 “고골과 멜빌에 비견되는 헝가리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 불렀고, 독일의 작가 W. G. 제발트 역시 “그의 비전은 고골의 『죽은 혼』에 필적한다”고 평가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 있다. 이른바 ‘묵시록 4부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들은 전쟁과 종말, 신앙과 구원, 인간의 한계를 다룬다. 특히 『사탄탱고』는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해 가던 1980년대 헝가리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절망에 잠긴 인물들이 허망한 구원을 좇는 이야기다.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돌아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을은 혼돈에 빠지고, 그 속에서 인간은 끝내 자신을 구원하지 못한 채 몰락한다.

이 소설은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이 영화로 각색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바 있다. 7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절제된 롱테이크 기법, 회색빛 풍경으로 대표되는 영화 <사탄탱고>는 문학의 절망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걸작으로 꼽힌다. 수전 손택은 “남은 생애 동안 매년 한 번씩 이 영화를 보겠다”고 말했을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저항의 멜랑콜리』는 작가 특유의 묵시록적 세계관을 한층 확장한 작품이다. 서커스단이 몰고 온 ‘고래’라는 괴이한 존재를 둘러싸고 혼란에 빠진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안과 광기, 권력과 파시즘의 구조를 드러낸다. 음악학교 학장이었던 에스테르 죄르지와 그에게 식사를 전해주는 청년 벌루시커, 그리고 마을을 지배하려는 에스테르 부인의 관계는 저항과 타락, 신앙과 부패의 역설을 보여준다. <뉴요커>는 “소설의 인물들은 자신의 사적인 낙원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덜 아름다운 동시에 더 아름답다”고 평했다.

2025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사진=노벨 재단 갈무리]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장은 악명 높을 만큼 길고 복잡하다.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기도 하고, 쉼표가 문장 전체를 이끈다. 『저항의 멜랑콜리』의 영어판 번역가 조지 시르테스는 그의 문체를 “느리게 흐르는 용암 같은 서사”라 묘사했다. 독자는 숨이 막힐 듯한 긴 문장을 따라가며 세계의 붕괴와 인간의 사유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가장 최근 국내에 번역된 작품은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으로, 4부작의 마지막이자 작가 인생의 결산이라 불린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해 “나는 단 한 권의 책만 쓰고 싶었다. 첫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해 두 번째를, 두 번째에 만족하지 못해 세 번째를 썼고, 네 번째로 그 이야기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사유의 궤적이 한 권에 집약된 셈이다.

국내에서 그의 작품 여섯 권을 꾸준히 출간해온 알마 출판사 안지미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의 종말론적 세계관 속에도 유머가 있다고 평했다. 현재 알마는 작가의 신작 『헤르쉬트 07769』의 번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