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지난 10일 고용노동부가 '업무상 재해위험이 높은 자영업자 산재보험 적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공식 발주하면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국민 산재보험제'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특히 위험이 큰 직종부터 자영업자에게 산재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시키고, 이후 점진적으로 대상을 넓혀 2027년까지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정부는 노사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설계와 운영방식을 다듬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자영업자가 산재보험에 스스로 가입하는 '임의가입' 방식이었지만, 실제 가입률은 매우 저조하다. 2024년 7월 기준, 1인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0.52%에 그쳤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산재 발생률이 1.11%로, 전체 평균(0.66%)보다 약 1.7배나 높았다.
이처럼 자영업자들도 재해 위험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많이 놓여 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법제 역시 조금씩 변화해왔다. 2020년 개정된 산재법은 업종 구분 없이 모든 1인 자영업자에게 산재보험 가입의 문을 열었고, 자영업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점점 보장 대상에 포함되어 왔다. 그동안은 가입 방식이나 보험료 산정 구조 등에서 근로자와 차이를 두었고, 특히 임의가입 구조가 가입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우선 재해 위험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의무가입을 시행하고, 이후 점차 적용 대상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1년간 재해가 발생한 업종을 중심으로 실태조사와 현장 수요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음식점, 건설업, 배달업 등 상대적으로 산재 위험이 높은 업종이 초기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가 의무가입 대상이 되면, 지금까진 본인이 전적으로 부담하던 보험료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점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거나, 업종별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험이 적은 업종에는 보험료를 낮추고, 위험이 큰 업종에는 별도의 보완책을 두는 식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일단 도입되면 국민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노사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험료 지원 범위, 일부 가입 예외, 지급 수준 등에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도 많다.
산재보험이 모든 취업자를 아우르는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차별 요소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다만 아직 유해·위험 업무의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급격한 확대는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산안법, 근로기준법, 세법 등 관련 법률 간의 조화도 잘 맞춰야 한다.
만약 보험료 지원이나 보조 폭을 넓히면, 정부 재정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이 한꺼번에 대거 가입하게 되면 보험 운영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그간 많은 자영업자와 프리랜서가 안전망 밖에 있었던 만큼, 이런 제도 도입으로 최소한의 보호막이 생긴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춰 산재보험도 '일하는 모든 사람의 든든한 제도'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특히 소상공인이나 영세 업종에서는 추가 부담이 경영에 큰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또 재해 위험이 낮다는 이유로 업종에 따라 예외를 두면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사회적 합의가 늦어지면 제도 시행 자체가 한참 뒤로 밀릴 수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전국민 산재보험제를 완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노사 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관련 법령 정비와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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