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시즌 F1 그랑프리는 다시 한 번의 분기점을 맞이한다.
새로운 엔진 규정과 대규모 투자 라인, 그리고 각 팀 간의 권력 이동이 교차하는 시점으로 그 중심에는 크리스티안 호너 전 레드불 F1 대표가 존재한다. 그가 퇴장을 한 후 F1은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재편되고 있다.
레드불은 2020년대 초반 ‘절대강자’로 군림했지만 2025 시즌 후반부터는 엔지니어 유출, 경영 불안, 정치적 균열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호너의 부재는 단순한 리더십 공백이 아니다. 그가 이끌던 ‘기획·기술·스폰서’의 삼각 축이 무너졌고, 올리버 민츠라프 CEO와 헬무트 마르코 고문, 그리고 RB 테크니컬 팀 간의 조율이 엇갈리며 ‘레드불 왕국’은 과거의 단단함을 잃어가고 있다. 아드리안 뉴이의 애스턴마틴행, 엔진 개발 지연, 내부 인사 유출은 모두 그 여파의 일부다.
로렌스 스트롤의 애스턴마틴은 ‘브랜드-기술-정치력’ 세 가지 측면에서 가장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혼다 파워유닛(2026~), GM 캐딜락과의 기술·브랜딩 제휴, 영국 실버스톤·미라베이스 신공장 완공, 뉴이·코웰 체제 구축 등 이 모든 조합은 ‘호너 없는 호너 시스템’이라 불릴 정도로 비슷하다. 호너가 레드불에서 만들었던 ‘자율적 리더십과 수평적 기술 구조’를 애스턴마틴이 그대로 흡수하려는 그림이 그려진다. 결국 스트롤이 호너를 거절한 이유는 “호너가 필요 없는 팀 구조를 이미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한때 ‘왕조의 몰락’으로 불렸던 메르세데스는 2025년 중반 이후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다시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토토 볼프 대표는 FIA·FOM 내 정치적 입지를 재정비하며 ‘2026 파워유닛 규정 협상’에서 핵심 조율자로 복귀했다. 아우디·캐딜락의 신규 진입팀들과 전략적 연대를 맺어 ‘반-레드불 블록’을 형성하는 중이다.
자우버 인수 이후 조용히 준비를 이어온 아우디 F1 프로젝트는 2026년 엔진 규정 시행과 함께 완전한 워크스 체제로 전환된다. 아우디는 ‘볼프·S. 도메니칼리·FIA 기술위원회’를 잇는 유럽축의 핵심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F1 CEO 도메니칼리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2026 시즌 초반 “하이브리드 밸런스 규정”의 협상권을 일부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안드레티와의 연합을 통해 미국·북미 시장 중심의 F1 진입을 공식화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IMSA·IndyCar·F1”을 잇는 글로벌 내구·스프린트 통합 모터스포츠 생태계다. GM 모터스포츠 총괄 마크 스티엘로우는 “F1 진입은 기술보다 정치의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었고, 그는 현재 FIA의 파워유닛 위원회 내 비공식 협의 라인에 자리하고 있다.
호너의 부재는 한 팀의 문제가 아닌 F1 권력 균형의 리셋으로도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에 2026 시즌은 기술보다는 정치의 시대, 엔진보다 중요한 것은 협상력이고 스피드보다 위험한 것은 고립으로 읽히고 있다.
Copyright ⓒ 오토레이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