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포함한 긴 연휴가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다. 추석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 있다. 바로 보름달과 그 위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다. 둥근 달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토끼와 닮았다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전해졌다. 그런데 굳이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옛사람들은 달 속 그림자를 절구와 방아로 보았고, 그 곁에 있는 토끼 모양의 그림자가 마치 절구에 곡식을 찧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 불교 설화에서는 굶주린 나그네를 위해 자신을 불 속에 던진 토끼가 공덕을 인정받아 달에 올라가 방아를 찧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삼국유사에도 이 같은 토끼 전설이 기록돼 있어 한국인의 상상 속에 달과 토끼가 깊이 연결됐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달 토끼가 불사의 약을 찧는다고 믿었고, 일본에서는 경단을 찧는다고 여겼다. 이렇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달과 토끼는 풍요와 희망, 나눔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전설 속 존재와 달리 실제 한국의 숲과 들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토끼들이 살아가고 있다.
들판을 달리는 멧토끼
한국 전역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토끼는 멧토끼다. 몸길이는 40~55cm 정도이며, 귀는 길고 꼬리는 짧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로 낮에는 덤불이나 풀숲에 몸을 숨긴다. 먹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봄에는 새싹과 풀을, 여름에는 다양한 잎과 꽃을, 가을에는 씨앗과 열매를, 겨울에는 나뭇가지와 껍질을 갉아 먹는다. 이런 먹이 습성 덕분에 초원과 산림 생태계에서 식물의 분포와 번식에 영향을 준다.
멧토끼는 천적을 피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귀가 길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뒷다리가 길어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최대 시속 70km에 달하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지그재그로 달려 포식자의 추격을 피한다.
겨울철 눈밭에서는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사라지는데, 이는 뒷다리 힘을 이용해 멀리 도약하기 때문이다. 옛날 농촌에서는 눈밭에 남은 발자국을 따라가 멧토끼를 잡는 풍습도 있었다.
숲에 사는 한국 고유 산토끼
한국 고유종으로 분류되는 산토끼는 멧토끼와 닮았지만 조금 다르다. 크기는 더 작고, 털빛이 계절에 따라 바뀐다. 여름에는 갈색, 겨울에는 회색빛을 띠어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린다. 이런 위장 효과 덕분에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쉽다. 서식지는 깊은 산림 지역으로 제한돼 있어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주로 나뭇잎과 풀을 먹으며, 눈 덮인 겨울에는 나무껍질을 갉아 영양을 보충한다.
학계에서는 산토끼를 멧토끼와 같은 종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아종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산림 파괴와 서식지 감소로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멸종위기종으로 공식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지역별 개체 수 차이가 커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외래종 집토끼와 생태 문제
한국에서 토끼 하면 집에서 키우는 집토끼도 떠오른다. 원래 유럽에서 기원한 집토끼는 사육과 애완 목적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한국에도 일찍 들어와 농가에서 고기나 털을 얻기 위해 키우거나 어린이들이 기르는 동물로 익숙하다. 문제는 이 집토끼가 방치되거나 야생으로 풀려날 경우다.
번식력이 매우 강해 야생에서 빠르게 개체 수가 늘어나고, 풀과 나무껍질을 과도하게 먹어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제주도와 일부 섬 지역에서는 풀려난 집토끼가 급격히 늘어나 토종 식생을 해치는 사례가 보고됐다.
집토끼는 털빛이 다양하다. 흰색, 검은색, 얼룩무늬까지 사람 손에서 개량된 품종들이 많다. 멧토끼와 달리 귀가 더 크고 체격도 조금 무겁다. 야생에서 멧토끼와 경쟁할 때 먹이 자원을 빼앗고 서식지를 차지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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