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는 점점 차가워지면서 생선들이 에너지를 축적해 살이 단단해지는 시기다. 농어도 예외는 아니다. 흔히 여름이 제철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산란을 앞둔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가 가장 맛있다.
활어 가격은 지역과 크기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9kg에 이르는 대형 개체는 경매장이나 시장에서 약 2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27일 수산물 전문 유튜브 ‘입질의 추억TV’에서는 9kg 농어를 26만 5000원에 구매했다며 소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제철을 맞은 농어의 특징과 먹는 법을 살펴본다.
왜 지금이 맛있나
농어는 대표적인 육식성 어종으로, 봄이 되면 연안 가까이 몰려와 멸치 떼를 추격한다. 여름에도 흔히 잡히지만, 맛의 정점은 산란을 앞둔 늦가을이다. 이 시기에는 살이 차지고 배에 힘이 붙어 한층 단단한 맛을 낸다. 국내에 서식하는 농어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점이 없는 표준명 ‘농어’(민농어), 점이 박힌 ‘점농어’, 그리고 남쪽 난류 해역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넙치농어’다. 현장에서는 보통 민농어와 점농어를 통틀어 농어라 부른다.
농어는 서해와 남해 전역에 분포하며, 지역에 따라 제철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전남 해역은 8~10월부터 살이 오르기 시작해 12월까지 이어진다. 반면 점농어는 서남해 외해 쪽에서 주로 잡히는데, 늦봄 먼바다에서 연안으로 들어와 여름과 가을에 절정을 맞는다. 기록상 가장 큰 개체는 1972년 제주 앞바다에서 잡힌 전장 122cm짜리였고, 낚시꾼들은 80cm가 넘는 대형 개체를 ‘따오기’라 부른다.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서해안과 전라도에서는 어린 농어를 ‘깔따구’, 영남에서는 ‘까지메기’라 부른다. 일본 역시 크기에 따라 작은 개체는 ‘세이고’, 조금 더 큰 것은 ‘훗코’라 부르며, 50cm를 넘어야 정식 이름인 ‘스즈키’가 붙는다. 일본에서 흔한 성씨 중 하나가 스즈키라는 점은 농어가 생활 속에 얼마나 밀접한 생선인지 보여준다.
싱싱하게 먹는 법
싱싱하게 먹으려면 먼저 활어의 ‘등빛’과 ‘눈’을 살펴야 한다. 등은 은회색이 선명하고, 눈은 맑고 또렷해야 한다. 옆줄을 따라 비늘이 고르게 붙어 있고 배지느러미가 손상되지 않은 개체가 좋다. 핏줄이 드러나는 부분은 선홍색을 띠어야 신선하다.
손질은 비늘을 제거하고 내장과 아가미를 분리한 뒤 피를 깨끗이 빼는 순서로 진행한다. 칼날을 세워 꼬리에서 머리 방향으로 비늘을 긁어내고, 배를 얇게 갈라 내장을 꺼낸다. 아가미 뿌리를 잘라내고 흐르는 물에 남은 피를 깔끔히 씻어내야 한다. 포를 뜰 때는 갈비뼈를 얇게 걷어내야 씹는 맛이 깔끔하다.
보관법도 중요하다. 기본은 물기를 완전히 차단하고 저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표면의 수분을 키친타올로 꼼꼼히 닦아낸 뒤, 살과 살 사이에 키친타올을 끼워 밀폐하면 0~2℃ 냉장에서 이틀 정도는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오래 두려면 껍질을 붙인 채 소분해 -18℃ 이하에서 급속 냉동하는 것이 좋다. 해동할 때는 냉장에서 천천히 녹여야 식감이 살아난다.
집에서 실패 없이 먹는 법
집에서 농어를 맛있게 즐기려면 매운탕이 제격이다. 먼저 냄비에 물 2000ml를 붓고 센불에 올린다.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무 300g을 얇고 네모 모양으로 썰어 넣어 국물에 시원한 단맛을 더한다. 무를 가장 먼저 넣어야 국물이 깔끔하고 시원해진다.
물이 다시 끓어오르면 손질한 농어의 뼈와 머리를 통째로 넣거나 토막내서 넣는다. 여기에 된장 1큰술, 맛술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치액 1큰술을 함께 넣고 5~7분간 끓이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뼈에서 진한 맛이 우러난다.
이어 고춧가루 1~2큰술을 넣어 국물의 깊이를 살리고 3분 정도 더 끓인다. 고춧가루는 나중에 넣어야 국물이 탁해지지 않고 맑게 유지된다. 양파 반 개, 대파 한 대, 청양고추 2개, 홍고추 반 개를 어슷하게 썰어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얼큰한 향이 살아난다.
마지막에는 손질해 둔 농어 살점을 넣어 살짝만 익힌다. 오래 끓이면 살이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짧게 데치듯 끓이는 것이 좋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면 얼큰하고 개운한 농어 매운탕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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