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국감은 과거를 추궁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스템의 복원력과 책임 구조를 점검하는 자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2025년 국정감사가 오는 10월 13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올해 국감은 ‘정쟁의 무대’에서 ‘시스템의 회복력’을 검증하는 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정치의 언어는 공방에서 복원으로, 정책의 언어는 통제에서 정합성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그 중심에는 ▲금융의 신뢰(정무위원회) ▲행정의 복원력(행정안전위원회) ▲판단의 정합성(법제사법위원회)이라는 국회의 세 축이 있다. 세 상임위는 “누가 잘못했는가”보다 “왜 멈췄는가, 그리고 어떻게 다시 신뢰 가능한 구조로 되돌릴 것인가”를 묻는다.
◇금융의 신뢰, ‘통제’ 아닌 ‘복원’
정무위원회는 올해 국감의 출발점이자 신뢰 회복의 중심 무대다. 예대금리 격차, PF 부실, 카드사 정보유출, 플랫폼 불공정 등 국민경제의 신뢰를 흔든 현안들이 한꺼번에 테이블 위에 오른다.
특히 약 297만명의 피해를 낳은 롯데카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가 핵심 이슈다. 금융사의 보안책임, 소비자 보상체계, 데이터 신탁 관리 등 ‘디지털 금융 신뢰망’ 복구 방안이 집중 검증될 전망이다.
증인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병주 MBK 회장, 김범석 쿠팡 의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 등이 채택됐다. 정무위는 이들의 책임을 ‘단속’이 아닌 ‘신뢰 회복’의 틀 속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지방 PF 연체율 상승, 감독 공백, 부실 정리의 투명성이 질의 대상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제 금융의 쟁점은 금리보다 신뢰 구조”라며 “국감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복원”이라고 밝혔다.
◇행정의 복원력, 의존 넘어 자립으로
행정안전위원회는 올해 국감 주제를 ‘행정의 복원력’으로 정했다. 지난 8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핵심 시스템의 복구 체계와 민간 의존 구조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다.
현신균 LG CNS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이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정부 전산 시스템 위탁 및 관리(LG CNS) ▲에너지 인프라와 배터리 공급 안정성(LG에너지솔루션) ▲금융 데이터 보안 및 인증 체계(롯데카드) ▲스마트 모빌리티 네트워크(현대차) ▲프랜차이즈·지역경제 연계 시스템(더본코리아) 등에서 복원력과 의존 구조 개선의 핵심 쟁점을 다룬다.
행안위는 ▲정부 핵심 전산망의 민간 의존 한계 ▲재난 후 복구 지연의 원인(기술 부재 vs 절차 경직성) ▲데이터 주권 확보 방안 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행안위 관계자는 “행정을 물리적 조직이 아닌 데이터 네트워크의 복원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시점이 필요하다”며 “공공 인프라의 자립적 회복 능력과 책임 일치 구조를 이번 국감을 통해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단의 정합성, 개정 상법 이후 첫 시험대
법제사법위원회는 올해 국감의 ‘정합성 무대’다. 2025년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첫 점검으로, 이사회 충실의무 확대, ESG 판단 기준, 내부통제, 사법부 독립성 등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법사위는 대법원 현장 국감을 추진하며 “이사의 판단은 자유지만, 정당성은 입증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기업의 판단 책임 구조를 집중 점검한다. 최근 ESG 관련 소송에서 ‘판단의 정당성 입증’이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이사회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합리성을 검증하는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야 모두 책임 공방보다 판단 과정의 투명성 제도화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단순한 법 논쟁을 넘어 기업지배구조, ESG 공시, 사법행정의 정합성으로까지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올해 법사위 국감은 판결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뢰의 복원 정치, 제도 다시 세우는 국감
정무위는 ‘금융의 신뢰’를, 행안위는 ‘행정의 복원력’을, 법사위는 ‘판단의 정합성’을 점검한다. 세 축은 올해 국감이 단순한 ‘책임 추궁의 정치’에서 ‘시스템 복원의 정치’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결국 2025년 국감의 본질은 ‘책임의 틀 짜기’가 아니라 ‘신뢰의 되돌림’이다. 공공·금융·사법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어디서 멈췄고, 어떻게 다시 균형을 찾을지를 묻는 국감이다.
올해 국감은 정쟁이 아닌 복원력 평가의 무대로, 국회가 제도를 되살리는 실무자의 역할을 맡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감은 더 이상 통제의 정치가 아니다. 복원·정합성·신뢰의 정치다. 제도를 누르기보다 작동 원리를 재점검하고,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하며, 시스템을 다듬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 그것이 2025년 국감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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