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상원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14억2천만 원)를 기부하고 미국에 총 260억 달러(약 3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현대차에 제로였던 관세를 7개월째 25%를 부과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투자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조지아 배터리공장을 급습, 한국 근로자들을 구금하고 내쫓았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 대한 충격적인 이민 단속은 높은 관세부과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수개월간 진행된 현대차그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사전 통고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이 습격으로 한국 기업 경영자들을 화나게 했으며, 향후 미국에 대한 투자에 냉각감을 불어 넣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3월에는 정의선회장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2028년까지 모두 21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약속했다.
4월에는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210억 달러에 더해 50억 달러(7조1천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회장의 노력에도 불구,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과 EU에 대해 15%로 조정한 관세를 현대차그룹에는 여전히 25%를 부과하고 있고, 건설 중인 공장을 급습, 압수수색을 감행하고 근로자들을 내쫓았다.
지난 9월 4일 조지아주 사바나에 있는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 전문직 종사자를 포함, 총 475명을 구금했다. 이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역사상 단일 장소에서 이루어진 가장 큰 규모의 법 집행 조치였다.
현대차그룹의 트럼프와 美 행정부에 대한 그동안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뉴욕 포스트는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단속은 당초 조지아공장에 채용된 히스패닉계 근로자 4명을 표적으로 삼은 수색 영장에서 시작됐다. 이는 복잡한 전기차 배터리 장비를 설치하는 데 한국 기술자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는 대규모 검거 작전으로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높은 관세부과와 투자 공장 습격 등 연이은 타격으로 인해 정의선회장의 워싱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좌절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정회장의 대규모 투자 약속을 환영하면서 소셜 미디어에서 “관세부과가 매우 강력하게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며칠 후 전 세계 수입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지만 역시 현대차그룹에 대한 예외조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회장은 4월에 인기 SUV 생산을 멕시코에서 앨라배마로 이전하고 미국에서 더 많은 부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8월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을 방문한 후 투자 약속 규모를 늘리는 등 노력을 계속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의 25% 관세 부과 이후 2분기(4-6월)에만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가 감소했다. 일본과 EU가 지난 달부터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시장 경쟁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사업을 접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단은 급습당한 조지아공장을 가능한 한 빨리 가동,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지만 대미 수출을 줄이고 현지 생산을 늘리는데는 적어도 2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의선회장의 미국시장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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