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대모’로 불리는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쉼표는 연주가 끝난 뒤 관객의 반응에 따라 잠시 쉬었다가 다음 음악을 시작하는 타이밍을 의미한다. 관객이 긴 박수로 여운을 이어가면 길게 쉬고, 박수가 짧으면 곧바로 다음 음악을 시작하는 것이다. 쉼표는 공연자와 관객이 한 호흡으로 리듬을 완성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오는 2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호모퀘스천스:세상에 질문하라’ 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W페스타에서 ‘내 인생의 맘마미아’의 강연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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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음악은 아름다운 옷일 뿐, 음악이 주는 메시지는 진정성과 감동”이라며 “꼭 고음을 내야 한다거나 특정인의 전유물 같은 것이 아니며 현란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은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이야기”라며 “음악에 희로애락을 담아 ‘왜 이 장면을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와 연주자들처럼 무대 위에서 직접 공연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술이 발전해도 끝까지 살아 남을 것이라고 김 감독은 예상했다.
김 감독이 배우, 연주자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그는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을 때도 있지만 질문에 답하며 길을 찾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만족도도 높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뮤지컬 스태프들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으로 즉시 점수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예술에 정답은 없으니 매 공연마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고민한다”고 전했다.
2001년부터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김 감독은 창작 뮤지컬부터 라이센스 뮤지컬까지 다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모차르트, 서편제, 팬텀, 광화문연가, 명성황후, 맨 오브 라만차 등 뮤지컬 50여편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매 작품마다 주요 인물들과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는 “이를테면 뮤지컬 ‘영웅’ 때는 안중근 의사와 사랑에 빠졌었다”며 “사랑해야 그 인물의 마음을 읽고 대변하며 전달할 수 있지않겠나”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이별도 잘 한다”며 “치열하게 사랑한 만큼 찬란하게 보내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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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는 음악 여정 동안 김 감독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공연계 ‘올 스톱’부터 함께 일하던 연주자의 임종을 지키기까지 갖은 일을 겪었다. 그럼에도 외부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힘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 덕분에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연주자들과 배우들이 있어서 여러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고 했다.
김 감독은 꾸준히 동료 뮤지컬 스태프들과 후배 세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뮤지컬 배우나 오케스트라 연주자 같은 공연 예술인들은 특정한 날 출근을 하는 등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특성이 있다. 공연자들의 노후를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갖춰 졌으면 한다”며 “신인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퇴한 공연자들의 뒷모습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은 배고픈 것’이라는 명제가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김 감독도 항상 음악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김 감독은 “쉴 때는 음악도 듣지 않고 다른 공연도 잘 보러 가지 않는다”며 “저도 모르게 분석하게 돼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이루는 순간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며 “꿈은 좇을 때 행복하다. 꿈을 이루는 것이 행복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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