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향한 야권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가 거세게 일자, 그간 김 실장 출석에 미온적이던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선 실세', '문고리 권력' 의혹을 피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김현지, 인사개입 등 '그림자 실세' 의혹 불거져
민주당, 김현지 국감 증인 채택 반대…국힘 "최고 존엄인가"
최근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장을 겨냥해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말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던 김 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이 증인 채택에 반대하자 야당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인가"라고 반발했다. 결국 국감 증인 명단에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포함됐지만 김현지 당시 비서관은 빠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김 실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 김 실장에 대한 '실세'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총선 무렵에는 '민주당 공천은 당대표실과 여러 당직자들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 본청이 아니라, 김현지 보좌관이 있는 의원회관에서 비밀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에는 김 실장이 광범위하게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과정에서 당시 총무비서관이던 김 실장이 '사퇴해야 할 것 같다'는 뜻을 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같은 의혹은 점점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김 실장이 사적 인연으로 산림청장을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신구대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한 김현지 실장이 자신의 '은사' 김인호 전 신구대 교수를 산림청장으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 실장에 대한 의혹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김 실장은 총무비서관에서 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총무비서관과 달리 부속실장은 통상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국민의힘은 '김현지를 보호하려 한다'는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이 시점에 인사를 낸 건 국감 불출석 의도"라며 "김현지는 감추면 감출수록 의혹이 커진다. 이미 출처가 불분명한 재원으로 상당히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지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기간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李대통령, 김현지만 보호"
송언석 "영부인 보좌보다 김현지 수호 급선무"
추석 연휴 기간에도 국민의힘의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절대 존엄 김현지를 보호하기 위해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해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체포 쇼를 벌였다"며 "국가적 위기에는 안 보이는 대통령, 김현지의 위기에만 힘 쓰는 대통령, 이재명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을 국민이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김현지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보내고 윤기천 제2부속실장이 총무비서관직으로 이동하면서, 제2부속실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둔다고 한다"며 "제2부속실 운영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현지 수호'가 '영부인 보좌'보다 급선무였다는 것이다. 이러니까 항간에서는 영부인보다 '존엄 현지'의 권력 서열이 더 높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뒤에 있을 국정감사에서 김 실장의 출석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감사뿐 아니라, 산림청장 인사개입 의혹, 백현동 비리 등 김 실장이 얽혀있는 여러 상임위 국감에 김 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김현지, 100% 국감 출석…실세는 강훈식"
강훈식 "대통령실 인사 한달 전에 이미 계획"
이처럼 야권의 압박이 잦아들지 않자 대통령실 내에서는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은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출석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1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김실장의 국감 출석 여부와 관련해 "100% 출석한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을 이동한 것을 두고 국감 불출석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국회 불출석 논란은 매우 허망한 얘기"라며 "김현지 한 사람 때문에 대여섯 명을 인사 이동한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김 실장이 인사 등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실세 논란'에 대해 "정부 출범 초기에는 아무 시스템이 없으니 김 부속실장이 행정관 등 인선을 주도했다"면서도 "한 달 뒤부터는 강훈식 비서실장 체제로 다 정리됐다. 실세는 강훈식"이라고 강조했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4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한 달 전 제가 인사수석을 임명한다고 발표하면서 '자연스러운 개편과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저희는 사실 그때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 실장에 대해서도 "굉장히 성실하고 직언을 거침없이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본인에게 가장 직언을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인식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한정애 "국감 안 나올 이유 없어…'나가겠다' 할 듯"
박지원 "김현지, 똑똑하고 야무져…나가겠다고 해"
여당 내 기류도 달라지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일 MBC라디오에서 김 실장의 국감 출석 여부와 관련 "안 나올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부속실장이 국감장에 나온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에서 마치 그것 하나가 이번 국감의 목표인 것처럼 한다면 당사자가 '제가 나가겠다'고 할 것 같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2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제가 김현지 부속실장을 국회에 있을 때부터 잘 안다"며 "똑똑하다. 야무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논란에 대해 김 실장과 직접 통화했다고 전하며 "제가 전화를 했어요. '당당히 나오지 왜 그러냐' 했더니 '자기는 나간다 안 나간다. 얘기 안 했는데 그렇게 떠들고 있는데. 자기는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라고 했다.
시민단체, 김현지 부속실장 고발…"개인정보 비공개, 직권남용"
한편,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김현지 실장이 나이와 학력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6일 김 실장을 직권남용·강요·업무방해·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민위는 고발장에서 "1급 공무원이자 예산, 시설 관리, 인사행정 등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이 나이, 학력, 경력, 고향 같은 기본 사항조차 알리지 않는 건 국민을 기만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무비서관 시절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후보자를 사퇴해야 할 것 같다'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등의 인사 개입은 직권남용, 강요에 해당한다"고 했다.
서민위는 또 김 실장이 과거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던 비영리단체가 2010년부터 12년간 17억8천8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며 운영 당시 사용처가 불분명했다면 업무상 횡령과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민위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으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설명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거부하다 못해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국회를 비롯해 국민을 모독한 기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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