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비율 규정을 지키지 않아 올해 상반기에만 2조4천858억 원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회복과 가계대출 확대, 자본비율 관리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8일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12곳에 총 2조4천858억 원의 제재를 부과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월평균 4천억 원 이상을 기록한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 월평균 제재액은 4천143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의 금융기관 여신운용규정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원화 금융자금 대출 증가분의 최소 50%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긴 은행은 한국은행으로부터 받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한도에서 일정 금액이 차감되는 방식으로 제재를 받는다.
은행권의 제재 규모는 지난해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금중대 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의 제재액이 부과됐다. 서울 등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늘고,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자본비율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대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며 중소기업 대출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자본비율 관리 강화로 인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부담을 느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중기대출 비율 미준수에 따른 제재 규모를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월평균 2천345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548억 원, 우리은행 429억 원, 아이엠뱅크 286억 원, 부산은행 280억 원, 국민은행 176억 원, 경남은행 66억 원, 광주은행 7억 원, 전북은행 6억 원 순이었다.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제주은행은 차감액이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신한은행이 1천724억 원으로 가장 큰 제재를 받았으며, 국민은행(1천4억 원), 하나은행(847억 원), 우리은행(592억 원) 순이었다.
은행권은 올해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추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9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1조877억 원으로, 지난해 말(662조2천290억 원) 대비 8조8천587억 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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