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나경원 충돌 왜…불거지는 ‘송전망 국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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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나경원 충돌 왜…불거지는 ‘송전망 국감’ 충돌

이데일리 2025-10-08 13:04: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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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동서울변전소를 둘러싼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충돌했습니다. 앞서 추 위원장은 김동철 한국전력(015760)공사 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고, 법사위는 지난달 30일 김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 있는 동서울변전소는 기존 변전 설비를 고도화해 옥내로 배치하고, 잔여 부지에 500㎸급 초고압직류전송 변환소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추 위원장은 주거밀집 지역 인근에 이같은 변전소를 설치하려는 논란과 관련한 입지 선정 문제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추 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하남시) 민원 때문에 한전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반발했습니다.

하남 동서울변전소 논란, 왜 불거졌나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여러 현안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이번에는 동서울변전소를 둘러싼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일각에선 내년 경기도지사 전초전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갈등 자체만 보면 이번 사안은 ‘송전망 분쟁’입니다. 한전은 동해안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데 필요한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설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HVDC는 초고압 교류를 직류로 전환해 전력을 송전하는 신기술입니다. 송전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늘려도 안정적인 주파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관련해 한전은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 280㎞가 지나가는 강원도·경기도 마을 79곳에서 주민 동의 절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남은 마지막 관문이자 송전선로의 종점이 하남 동서울변전소입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한전으로선 하남을 지나는 초고압직류송전망 건설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전은 내년까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하지만 변전소 인근 하남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초고압 송전망이 주거밀집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주민들 불안은 큰 상황입니다. 전자파, 도시 미관 훼손, 소음 문제, 부실한 의견수렴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추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 과정에서 인허가를 막겠다며 하남 송전망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지난해 8월 하남시는 증설 관련 인허가 4건을 불허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전략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남만의 분쟁 아냐…전국 99곳 송전선 갈등

문제는 이같은 분쟁이 하남시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이같은 분쟁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40년까지 영호남 전력망을 잇고 해상풍력까지 연결하는 송전망 건설 국책사업인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 2일 열린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에선 전국 99개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구축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했습니다. 건설 패스트트랙 즉 속도전에 나서기로 한 것입니다.

(자료=양승호 한국전력 배전망사업실 실장의 대한전기학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한국원자력학회 공동 포럼 발표 자료)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전력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인허가는 지자체가 60일 내 허가 여부를 회신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정절차도 지자체가 아니라 사업자인 한전이 수행합니다. 지자체 특별교부세에 영향을 주는 합동 평가 지표에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협력 지표’도 신설합니다. 송전탑 건설 속도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하남시처럼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는 경우 지자체 특별교부세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여기에는 지자체에서 생산한 전기가 수도권으로 원활하게 가지 못하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질 것이란 정부의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력 주요 수요지(수도권)와 주요 공급지(지자체 발전소)가 떨어져 있어도 송전망 건설로 이를 해결했지만, 갈수록 송전망 건설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한전에 따르면 지연기간만 150개월 이상이 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인구·기업의 서울 집중은 계속되고 있고 인공지능(AI)으로 서울 등 수도권의 전력 소비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호남 등 지자체에 신재생 건설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송전망이 부족한데 전력 공급 설비는 더 많아지는 상황은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 등을 거쳐 지자체가 반발해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송전망 건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게 새정부 구상입니다.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 피하려면?

이재명 대통령은 2040년까지 영호남 전력망을 잇고 해상풍력까지 연결해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걱정되는 것은 이런 식으로 속도전에 나서면 국책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겠지만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커진다는 점입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부산의 고리·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기 위해 건설하려던 초고압 송전선로가 경남 밀양을 지나가면서 주민들 반발이 커졌던 사건입니다. 당시 정부와 한전은 국가 전력망 확보를 강조했지만, 주민들은 건강·재산권·경관 훼손을 우려하며 일방적 강행에 반발했습니다.

결국 송전탑이 대부분 완공됐지만 2008년부터 10년 안팎에 걸쳐 감당해야 했던 사회적 비용은 컸습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가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에너지 정책은 민주적인 정당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주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참여가 없는 국책사업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지자체나 주민에게 희생만을 강요할 경우 타협 없이 생존권·환경권 투쟁만 불을 지필 것이란 것입니다. 무리한 님비(NIMBY)는 아닌지, 국책사업에 대해 무리하게 발목잡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겠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위협을 ‘몽니’로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면 갈수록 서울에서 쓰는 전기를 위해 지방이나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과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조영탁 전 전력거래소 이사장(국립한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건국대 전력시장 신기술연구센터 특임연구위원)은 “집중된 서울을 위해 송전탑 건설을 늘릴 게 아니라 전기요금부터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등 분산시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해법은 나와 있습니다. 중요한 건 정부의 결단과 의지입니다.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신재생 확대 등 에너지정책의 ‘목표’에 앞서 ‘과정’이 충실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10월 법사위 국감이 추미애 위원장과 나경원 의원 간 정치 공방이나 한전 사장에 대해 호통을 치는 국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송전망 건설이란 국책사업과 생존권 관련 주민 수용성이 충돌할 때 슬기롭게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주는 국감이 되길 바랍니다.

*에너지와 미래=에너지 이슈 이면을 분석하고 국민을 위한 미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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