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관세 50％ 인상···정부 “한국 피해 최소화 총력”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철강제품. [사진=현대제철]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철강 수입 장벽을 대폭 강화하면서 한국 철강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EU는 기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대체해 무관세 수입쿼터를 47％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높이는 새로운 저율관세할당(TRQ)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산업통상부는 EU가 7일(현지시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이러한 TRQ 도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EU의 신규 TRQ 초안에 따르면 새로운 연간 철강 수입쿼터 총량은 기존 세이프가드 제도의 2024년 연간 쿼터 총량 대비 47％ 줄어든 1830만t 수준으로 축소된다. 동시에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는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의 관세가 부과된다. 또한 조강(melt & pour)국 기준이 새로 도입돼, 모든 수입 철강재에 대해 조강국 증빙 의무가 부여된다.

산업부는 “신규 TRQ 조치는 EU의 일반 입법 절차를 거쳐 늦어도 EU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만료 시점인 2026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통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국가별 쿼터 물량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영향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총량이 47％ 줄어들 경우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EU는 한국 철강의 제2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기준 44억80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다만 EU가 국가별 물량 배분 시 FTA 체결국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양자 협의를 통해 한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EU의 무역장벽 강화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위급 접촉을 예고했다. 이번 주 중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철강 수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마로시 셰프초비치(Maroš Šefčovič)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새 TRQ 도입안과 관련한 한국 측의 우려와 입장을 적극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산업부는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오는 10일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해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포함한 EU TRQ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