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끝나면 집마다 남은 음식이 냉장고를 가득 채운다. 차례상에 올랐던 과일부터 각종 전과 나물까지 종류도 많다. 그중 약과는 처음에는 달콤하고 고소해 손이 잘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딱딱해지고 기름 냄새가 돌기 시작한다. 기름에 튀겨 만든 과자라 며칠만 지나도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도 대지 않고 버리기에는 아깝고, 억지로 먹자니 질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약과를 색다른 디저트로 바꾸면 훨씬 즐겁게 소비할 수 있다. 커스타드의 부드러운 식감과 어울리면 약과의 단맛이 의외로 잘 녹아들어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간식으로만 알던 명절 음식이 푸딩으로 재탄생하면서 식탁 위에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약과가 명절상에 오르는 이유
약과는 오랜 세월 한국인의 특별한 간식이었다. 삼국시대 기록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가 길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궁중 연회나 제사에 빠지지 않았다. 밀가루 반죽에 꿀과 기름을 넣어 튀겨낸 뒤 다시 꿀이나 조청에 버무리는 방식이라 재료가 귀하던 시절에는 귀족과 상류층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명절 차례상에 약과가 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꿀은 예로부터 신성함과 번영을 상징했고, 기름은 풍요를 뜻했다. 그래서 약과는 집안의 화합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상에 올랐다. 지금은 대형마트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지만, 옛날에는 대량 생산이 어려워 집집마다 특별한 날에만 맛보는 귀한 간식이었다.
오늘날에도 명절 차례상에는 대추, 밤, 곶감과 함께 약과가 올려진다. 다만 명절이 끝나면 이 귀한 과자도 남는 경우가 많다. 냉장고 속에서 굳어버린 약과를 그냥 먹으면 느끼할 수 있지만, 디저트로 사용하면 오히려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약과 푸딩 만드는 법
약과푸딩은 커스타드 베이스에 약과를 섞어 굳히는 방식으로, 과정이 단순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커스타드 분말 50g을 준비하고 우유 300ml와 섞는다. 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잘 저어준 뒤 약불에서 끓이면 점점 걸쭉해진다. 이때 불을 끄고 생크림 100ml를 넣어 섞으면 부드럽고 고소한 푸딩 베이스가 완성된다.
여기에 계란과자를 잘게 부수어 넣으면 식감이 살아난다. 인절미 가루가 있다면 2큰술 정도 넣어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마지막으로 약과를 잘게 부수어 넣으면 달콤한 향이 스며들고,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마다 약과 조각이 씹히는 즐거움을 준다. 그릇에 담은 뒤 냉장고에서 2시간 이상 굳히면 완성이다. 굳히는 동안 약과의 단맛이 퍼져 푸딩 전체가 진한 풍미를 띤다.
조리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생크림을 넣는 타이밍이다. 불을 끈 뒤 넣어야 분리되지 않고 매끈한 질감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약과는 너무 크게 부수지 말고 한입 크기로 잘게 부수어야 푸딩 속에 골고루 퍼진다.
약과푸딩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
약과푸딩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리면 향긋함이 더해지고, 꿀이나 조청을 소량 더하면 깊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블루베리나 딸기 같은 제철 과일을 올리면 상큼함이 더해져 느끼함이 사라진다.
차와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메리카노처럼 깔끔한 커피나, 은은한 향이 나는 녹차와 함께 먹으면 푸딩의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기름에 튀겨 만든 약과를 푸딩으로 즐기면 차갑고 부드럽게 변해 부담이 줄어든다.
해외에서도 한국 약과는 관심을 받고 있다. 달콤하고 바삭한 질감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요즘은 약과를 아이스크림 토핑이나 케이크 재료로 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약과푸딩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커스타드 분말 50g, 우유 300ml, 생크림 100ml, 계란과자 5개, 인절미 가루 2큰술, 약과 2개, 시나몬 가루 약간, 꿀 또는 조청 소량
■ 만드는 순서
1. 냄비에 우유 300ml와 커스타드 분말 50g을 넣고 덩어리 없이 잘 저어준다.
2. 약불에서 걸쭉해질 때까지 저어가며 끓인다.
3. 불을 끄고 생크림 100ml를 넣어 매끄럽게 섞는다.
4. 계란과자 5개를 잘게 부수어 넣는다.
5. 인절미 가루 2큰술을 넣어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6. 약과 1개를 잘게 부수어 넣어 베이스에 섞는다.
7. 그릇에 담은 뒤 남은 약과 조각을 올린다.
8.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려 향을 더한다.
9. 냉장고에서 2시간 이상 굳혀 완성한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생크림은 반드시 불을 끈 뒤 넣어야 분리되지 않는다.
- 약과는 너무 크게 부수면 푸딩과 어울리지 않으니 작게 잘라 넣는 것이 좋다.
- 푸딩은 최소 2시간 이상 굳혀야 제대로 된 질감을 낼 수 있다.
- 과일을 올릴 때는 먹기 직전에 얹어야 색이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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