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아베노믹스'는 디플레 해법으로 나와…지금은 물가상승 2% 넘어
"트럼프, '엔화약세' 지적 가능성…'킹메이커' 아소는 재정확대 신중"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이어 국정을 책임질 가능성이 큰 다카이치 사나에 집권 자민당 총재가 아베 신조 전 총리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 계승을 예고하면서 일본은 다시 '돈 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시기에 단행했던 아베노믹스를 물가 상승 국면에서 재추진하는 데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재에 대해 "본래 적극 재정과 금융완화를 지향하고 기준금리 인상 노선에도 신중한 입장"이라며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아베노믹스 정책을 취하면 고물가 대책과 모순이 될 위험이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12년 재집권 이후 시작한 아베노믹스는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구조 개혁 등 이른바 '세 가지 화살'을 추진한 경제 정책이다.
아베노믹스는 초창기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으나, 일본 경제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한 이후에도 일본 물가는 한동안 크게 오르지 않았으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2%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부터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해 왔던 다카이치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 5명 중 유일하게 적자국채 발행 증가를 용인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울러 금융 정책 방향성은 정부가 정하고,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그 방향을 실현할 수단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며 아베노믹스 탈피를 추진해 왔다.
또 재정 건전화를 중시해 왔던 재무성은 다카이치 총재의 경제 정책에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걱정하면서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 신문은 다카이치 총재가 감세 정책을 내세운 제3야당 국민민주당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하는 점도 재무성이 우려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닛케이는 돈 풀기 정책과 금리 인상 억제를 통해 달러 대비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과 중국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이 통화 가치를 낮추면 우리에게 매우 불공평한 불이익이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킹 메이커' 역할을 맡은 뒤 자민당 부총재로 기용된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재정지출 확대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닛케이는 "아소 전 총리는 대규모 세출 확대와 감세에 신중하다"며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취임하면 아베 전 총리 의견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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