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16세 라리가 소년 ‘Kiu(키우)’… 이젠 30세 K리거 도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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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16세 라리가 소년 ‘Kiu(키우)’… 이젠 30세 K리거 도전자로

STN스포츠 2025-10-07 08:3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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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공격수로 활약 중인 김영규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공격수로 활약 중인 김영규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STN뉴스=파주] 이상완 기자┃“어린 나이에 과분한 주목을 받았고, 아마 거만함도 있었겠죠. 노력해야 할 부분을 덜 했던 게 사실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정하게 됐습니다.”

김영규(30·파주시민축구단)는 스스로를 “늦게 익는 선수”라고 말한다. 한때 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 라리가에 데뷔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16세 유망주는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에서 언제 펼지 모르는 ‘축구 인생 제2막’을 향해 다시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때는 너무 어렸고 자신감이 넘쳤어요. 노력보다는 재능을 믿었죠. 이제는 팀이 먼저고, 그 안에서 얼마나 꾸준히 버틸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스페인에서 ‘Kiu(키우)’로 불리던 소년은 축구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성숙한 청년이 됐다.

◇스페인 라리가 유망주, ‘거만했던 소년’의 고백

경북 풍기초에서 축구를 시작한 김영규는 용인 원삼중 시절 스페인 축구 유학길에 올랐다.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에 이어 한국인 라리가 4호 선수로 큰 기대를 받았다. 2009년 아시아 청소년대회에서 1골 1도움과 함께 우승으로 이끈 것이 계기가 됐다. 2011년 스페인 UD 알메리아 유소년팀에 입단했을 당시 나이는 불과 16세였다. 이후 알메리아 B팀(2군)과 1군을 오가며 프리시즌에서 기회를 잡았고, 감독의 신뢰를 받아 라리가 무대를 밟았다.

“데뷔 당시 감독님은 제게 은인이었어요. ‘하고 싶은 대로 보여줘라’며 밀어주셨죠. 자신감이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감독 교체는 곧 현실의 벽이 됐다. “새 감독님과는 스타일이 전혀 맞지 않았어요.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소외감도 컸죠. 선수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차별’도 있었어요.”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계약은 유지된 채 임대를 다니는 떠돌이 생활이 길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언어의 벽이었다. “처음엔 거의 몸짓으로만 의사소통을 했어요. 2~3년이 지나서야 귀가 트였죠. 초반에는 주변에 한국인이 많다 보니, 정작 스스로 스페인어를 파고들 생각을 덜 했던 게 컸어요.” 더해 유럽 축구 시스템의 냉정함이 괴롭고 외롭게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방출과 경쟁은 일상이었죠. 그래서 프로 마인드를 빨리 배웠어요. 한국은 중·고·대학을 거쳐 순차적으로 올라가지만, 거기는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뿐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 유소년 규정에도 발목이 잡혔다. “미성년자는 부모님 동반 없이는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규정에 딱 걸렸어요. 2년을 사실상 쉬면서 운동만 했죠.” 귀국 무렵에는 이적시장 타이밍마저 어긋났다. “스페인은 이적시장이 길잖아요. 저는 현지 에이전트를 믿고 기다렸는데, 그러다 한국·스페인 모두 이적사장이 닫혀 반 시즌을 날렸어요. 에이전트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 실력으로 설득했으면 남았겠죠. 냉정히 말하면 제 몫이었어요.”

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공격수 김영규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공격수 김영규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유럽 축구 뽕 뺐다”··· K3리그 현실에서 다시 뛰는 청년

유럽 생활 좌절기를 담담히 돌아보며 “결국 스스로 못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김영규는 이후 메리다 AD, NK 이스트라 1961, CD 엘 에히도 등 스페인과 크로아티아 클럽을 오가며 임대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병역 문제로 2019년 귀국을 결정했다. 2020년 K4리그 시흥시민축구단에 입단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군 문제를 해결했고, 동시에 축구도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 축구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은 쉽지 않았다. 이른바 ‘유럽 축구 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내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하는 타이밍이 있는데, 다른 선수들이 맞춰주지 않으면 답답했죠. 그런데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어요. 결국 팀에 맞춰야 한다는 걸 깨닫는 데 1~2년은 걸렸어요.”

경기 템포 조절과 전술, 동료와의 호흡을 다시 배웠다. “예전엔 내가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팀이 먼저예요. 그게 제일 큰 변화죠.” 2021시즌 20경기에 출전해 4골 6도움을 기록하며 시흥을 K3리그로 승격시켰다. “그때가 진짜 행복했어요. 오랜만에 ‘내가 축구선수구나’라는 걸 느꼈거든요.” 이후 대전코레일(2022~2023년), 춘천시민축구단(2024년)을 거쳐 올해 파주시민축구단으로 이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파주 유니폼을 입었지만, 시즌 초반은 순탄하지 않았다. 햄스트링 부상이 반복되면서 경기 감각을 잃었고, 심리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시즌 초에는 계속 다쳤어요.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죠. 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불안했어요.”

김영규는 리그 개막 한 달이 지나서야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4월 초 울산시민축구단과의 4라운드에서 후반 16분 교체 투입으로 첫 경기를 치렀지만, 완전한 복귀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6월부터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렸고, 지난 27일 여주FC전 전반 21분에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올 시즌 리그 10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 중이다. 선발 4경기, 교체 6경기 등 총 출전 시간은 475분. 숫자는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재활과 회복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공격수로 활약 중인 김영규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공격수로 활약 중인 김영규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파주에서 다시 시작…기대되는 두 번째 프로 K리거

김영규는 현재 고참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고, 라커룸에서는 소통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브라질·스페인어권 외국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의견을 전달하며 팀플레이의 디테일을 맞춘다. “통역이 없는 상황에서 제가 그나마 소통이 되니까, 경기장 안팎에서 의견을 전달하고 도와주려 해요. 그 친구들에게는 제 역할이 작지 않아요.” 스페인 유학이 헛되지 않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만 좋은 팀 분위기와 달리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현재 파주는 8승 6무 11패(승점 30)로 리그 15개 팀 중 11위에 머물고 있다. “시작은 힘들었지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팀이 좋아지고 있어요. 새로 들어온 선수들과의 호흡도 점점 맞아가고 있고요." 특히 파주시민축구단은 내년 K리그2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 1차 승인을 통과했고, 현재 구단명 공모와 사무국 조직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절차적 문제가 없다면, 내년 프로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영규는 “주변에서는 ‘이제 프로로 올라가는 거냐’고 묻지만, 우리는 일단 리그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금은 눈앞의 경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담담히 말했다. 파주는 단순한 소속팀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다. “수도권 팀이라 젊은 선수들에게 매력적일 거예요. 하지만 저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에요.”

‘프로 복귀’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감사의 연장선이다. “만약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파주에서 입고 싶어요. 저를 한 시즌 더 믿고 기회를 준 팀이니까요. 그 은혜를 갚는 게 제일 큰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K리그 무대를 향한 꿈도 숨기지 않았다. “K리그 구장에서 뛰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만 해도 설레요. 예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느꼈던 그 도파민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김영규는 K3리그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끝없이 길을 걷는 중”이라고 했다.

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선수단이 경기 전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아마추어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 선수단이 경기 전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파주시민축구단

 

“험난한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시즌이 끝나면 계약 문제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도 하겠죠. 그래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예요. 10년, 20년 뒤에 돌아봤을 때 좋아하는 일을 진심으로 했다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끝까지 했으니까요.”

라리가 소년 ‘Kiu(키우)’는 이제 파주시민축구단의 공격수 김영규로, K리거로서 두 번째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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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N뉴스=이상완 기자 bolante0207@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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