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 개봉한 극장판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달리기 하나로 전국을 제패한 ‘육상 스타’ 나애리와 ‘달리기 천재’ 하니가 고등학생이 돼 스트리트 경기에 참가하며 펼치는 경쟁과 성장을 그린 스포츠물이다. TV 원작의 감동과 재미를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허정수 감독과 송원형 총괄 프로듀서(플레이칸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추억을 다시 꺼내는 동시에 지금 세대의 청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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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극장판… “잘해도 본전이라는 부담감”
송 PD는 창립작으로 ‘달려라 하니’를 리부트한 소회를 묻자 “20년 넘게 프로듀서를 하며 극장판을 꼭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창립작으로 ‘달려라 하니’를 제작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아 ‘잘해도 본전’이라는 시선이 깔려 있었다”며 “그 벽을 관객 앞에서 어떻게 뚫어낼지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완성까지의 과정을 “기적 같은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허 감독은 “저예산으로 시작했지만 실망시키지 않으려 최대한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며 “원작이 워낙 거대해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정서와 현재의 감각을 섞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신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홍대 일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신개념 달리기 대회 ‘S런’을 전면에 배치했다. 육상 트랙을 벗어나 실제 서울의 로케이션을 다양하게 활용해 지루함을 덜고 신선함을 더했다. 송 PD는 “홍대를 좋아해 자주 가는데 어느 날 골목에서 아이들이 무리 지어 뛰는 모습을 봤다”며 “그 질주가 멋지다기보단 위태로워 보였는데, 그 순간 오히려 ‘저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억이 살아나 홍대 앞을 상징적 무대로 삼고 골목 동선을 직접 헌팅해 짰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축은 나애리로 확장됐다. 원작의 나애리를 변주한 인물로 캐릭터와 스토리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었다. 허 감독은 “나애리를 단순한 악역으로 두지 않고, 그의 시선에서 하니와 한 팀이 되는 과정을 드라마의 축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송 PD는 “나애리는 ‘하니의 대척점에 선 빌런’이 아니라 ‘강력한 천재성을 지녔지만 늘 하니를 이겨보지 못한 현실적 인물’”이라며 “이번에도 나애리는 하니를 이기지 못하지만, 관객이 그 과정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3부작으로 기획된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아우르는 외전·속편 시나리오를 6편가량 구상해 뒀다고 전했다. 현재 2편까지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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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케데헌’ 만큼 매력적… “하면 안 되는 걸 많이 했죠”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의 관전 포인트는 ‘F1 더 무비’를 연상케 하는 실감 나는 액션이다. 다이내믹 액션의 비결을 묻자 허 감독은 “하면 안 되는 걸 많이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출의 핵심은 스트리트 러닝 액션이다. 허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물 튐, 지면 접촉, 배경 슬립처럼 달리기 연출은 특히 어렵다”며 “그렇다고 달리기를 피할 수는 없으니 실제 로케이션을 하고 3D 배경을 대거 제작해 연출 단계에서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작비와의 타협도 있었지만, 속도가 끊기지 않도록 음악과의 호흡을 치밀하게 맞췄다”며 “연출팀과 제작팀이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다.
다이내믹 액션이 ‘F1 더 무비’를 떠올리게 한다면, OST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상케 한다. 그만큼 OST도 매력적이다.
OST 전략은 원곡의 감정선을 지키면서도 현재의 청감에 맞추는 것이었다. 송 PD는 “오래된 곡인 만큼 기존 정서를 살리되 요즘도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시티팝 결을 입힌 완곡을 새로 제작했다”며 “들어보면 반가움과 새로움이 함께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서사는 현재의 현실에 맞게 업데이트됐다. 1980년대와 2020년대의 갭을 줄이기 위함이다. 송 PD는 “원작 첫 페이지의 선도부 장면을 꼭 가져오고 싶었지만, 지금 학교 현실엔 그 질서 자체가 달라 ‘일진’에 가까운 존재로 변주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셀카를 찍거나 마스크를 쓰는 학생 등 시각적 다양성을 주면서도 익숙함을 놓지 않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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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만 120곳… 국내 애니메이션 첫 실험
제작비 해법으로는 PPL(간접광고)이 도입됐다. 송 PD는 “애니메이션은 펀딩이 특히 어렵다”며 “사전 PPL을 본격 도입한 첫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립닷컴, 두찜, 홈앤브리지 등 약 120개 브랜드가 참여했고, 광고처럼 떠보이지 않도록 장면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이런 시도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표 표기 문제와 관련해 송 PD는 “글로벌 수출을 염두에 두면 중국처럼 한글 간판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우리는 ‘하니은행’처럼 한국적 리얼리티를 살리되 법적으로 문제없는 선에서 조정해 오히려 현실감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송 PD는 “일본은 애니, 미국은 영화, 한국은 드라마·음악이 강하다”며 “국내 극장 애니 시장은 아직 성공 사례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는 상품화와 글로벌 기획으로 판을 키우고, 독립 스튜디오는 데이터와 성과로 다음을 설계해야 한다”며 “PPL 같은 실험이 규격화돼 저변이 두꺼워져야 젊은 제작자들이 떠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성과를 내면 정부 지원과 민간 펀딩이 순환하고 더 높은 퀄리티로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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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메시지는 ‘열정’, ‘끈기’, ‘화해’ 그리고 ‘자기 페이스’다. 허 감독은 “열정과 끈기는 지금도, 앞으로도 필요한 가치”라며 “하니와 나애리가 화해해 가는 과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송 PD는 “플랫폼과 정보 환경이 바뀌며 사람들은 해독하고 증명하려 든다”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리듬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리기를 사랑하는 하니,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사랑하는 줄도 몰랐던 누군가가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과정이 이 작품의 중심이자 심장”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송 PD는 관객에게 “다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지 않나. 각자 자신만의 페이스로 완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핵심 메시지는 즐겁게”라며 “이 작품을 즐겁게 즐겨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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