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의 무게중심이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금융서비스의 절반가량이 이제 ‘은행이 아닌’ 주체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3%에 불과하던 비(非)은행 금융의 비중은 2023년 기준 약 50%로 확대됐다.
5일(현지시간) IMF는 이를 “금융 권력지형의 분수령”으로 규정했다.
IMF가 지목한 비은행 성장 동인은 다섯 가지다. △국채 등 채권시장에서 알고리즘·초단타 비은행 거래사가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 효율을 높이고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이 중견기업 자금조달의 대체 축으로 자리 잡았다. △BNPL(선구매 후결제)·모바일 소액대출 등 핀테크 신용이 금융 포용을 넓히고 △패시브·인덱스펀드 확대로 개인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커졌다. △지수 리밸런싱을 통한 예측 가능한 매매 규칙성이 시장 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IMF는 동시에 개방형 펀드나 MMF(머니마켓펀드)의 유동성 러시(비은행 뱅크런), 레버리지 포지션의 마진콜–전염을 핵심 위험으로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해법으로 IMF는 “데이터 확보 → 연결망 분석 → 감독 강화”라는 3단계 체계를 제시했다.
비은행 자금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6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일본발 랠리가 돋보였다. 자민당 총재로 다카이치 사나에가 선출되며 재정 완화 기대가 커지자 닛케이225가 하루 만에 4.75% 급등(4,7944.76) 했다. 반면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며 환율은 100엔당 940원대로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882.78(+0.52%)로 소폭 상승했고, 한국 코스피는 3549.21로 강세를 이어갔다. 미국 나스닥은 직전 거래일 22,780.51(-0.28%)로 조정을 받았다. 환율은 원·달러 1407원대(원화 약세)를 기록했고, 위안화는 약 198원(+0.47%) 수준에서 거래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1억7673만6000원(-0.16%)을 기록했으며, 김치프리미엄은 1.1% 소폭 확대됐다.
IMF는 이러한 자금 흐름의 변화를 “은행 예금 기반의 시대에서 자산운용 기반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분석했다. ETF·패시브·사모·보험·연금으로 구성된 비은행성 자금은 전통 은행보다 자금 회전이 빠르고 정책·정치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일본 정부의 재정완화 기대만으로 닛케이 지수가 급등하고, 이에 동조한 비은행 자금이 아시아 전역의 매수세를 이끌었다는 점은 IMF의 진단을 뒷받침한다.
환율 흐름도 재편되고 있다. 엔화·위안화·원화의 동반 약세는 한국 수출기업엔 채산성 개선이라는 호재를, 내수기업엔 원자재·에너지 비용 상승 압력을 동시에 안겼다. 일본발 랠리는 한국과 중국 증시로 확산되며 수출·관광·방산·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의 기대를 자극했다.
또한 디지털자산과 비은행 현금흐름의 접점도 강화되고 있다. 국내 김치프리미엄은 비은행성 자금의 위험 선호도를 가늠하는 고유 지표로 자리잡았다. 프리미엄이 낮고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 이는 기관성 자금이 위험을 통제하면서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고 각 부처 권한이 재배분되는 가운데, 금융정책당국의 대응 체계도 분산적으로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첫째, 외국인 수급 관리가 핵심이다. 코스피가 3,500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원·달러 1400원 ± 구간에서의 환율 변동성 억제가 필수적이다. 특히 IT·2차전지·조선 등 환율 민감 업종은 10원 변동에도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만큼, 환산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전일 SK온 배터리를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EQA-250(2023년식) 화재 소식이 전해지며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필요성도 커졌다.
둘째, 비은행 익스포저 지도화가 시급하다. 연금·보험·금융투자업권이 보유한 프라이빗 크레딧, 패시브펀드, MMF의 만기 구조와 담보 비율을 시스템 차원에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IMF가 제시한 ‘데이터–분석–감독’의 3단계 프레임을국가 간 공조(Cross-border coordination)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디지털자산의 흐름을 정밀 추적해야 한다. BTC·KRW–BTC·USD 간 김치프리미엄 변화율을 세제 개편·규제 정책과 연동해 모니터링하면, 동시 출구(synchronized exit) 위험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IMF가 강조한 비은행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투명한 데이터 확보와 조기 경보체계 구축이다.
결국 지금의 시장은 명백히 ‘비은행의 시대’다. 자금의 성격이 바뀐 만큼, 정책당국과 투자자 모두 과거의 은행 중심 분석 틀을 개혁해야 한다. ETF·연금·사모·핀테크로 이동한 돈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시장의 방향성 역시 놓칠 수밖에 없다. IMF의 경고는 단순한 학술적 분석이 아니다. IMF는 “이제 금융의 핵심은 은행이 아니라, 은행 밖에 있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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