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최장 10일’의 추석 연휴 기간에도 대부분 국내외 현장을 오가며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 인공지능(AI) 산업 재편 등 복합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내년 사업 반등을 위한 구상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추석에도 해외 사업장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추석에는 폴란드 매장을 비롯해 유럽 현장을 점검, 설 연휴에는 말레이시아 삼성SDI 공장을 방문하는 등 명절 현장경영을 이어왔다.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해외 출장을 재개하면서 올해는 글로벌 일정 복귀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7월 미국을 방문해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귀국 당시 “내년 사업 준비하고 왔습니다”라는 한마디로 향후 반도체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초거대 AI 인프라 ‘스타게이트’ 협력을 논의하며 반도체·데이터센터 공급망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6월에는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해 “바이오는 삼성의 미래 성장축”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AI, 바이오를 삼두축으로 세운 신성장 전략이 재확인된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연휴를 보내며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초 예정된 그룹 CEO 세미나를 앞두고 AI, 반도체, 에너지 등 신사업 확장 전략을 점검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글로벌 주요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가동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국정감사 증인 출석 논의와 관련해선 “국가적 행사를 주재해야 하는 일정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다듬고 있다. 지난달 이천 LG인화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고 “중국의 자본·인력 투입 속도가 압도적”이라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와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를 주문했다.
LG는 AI·바이오·클린테크(ABC)를 3대 미래 축으로 삼고 있으며 내년 임원 인사와 조직 재편 구상도 병행 중이다. 구 회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번 추석 이후 내년 사업 전략을 조기 확정하는 분위기다. 미국·중국 간 기술 갈등과 반도체·배터리 산업 재편, 글로벌 AI 생태계 변화가 내년 경영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이 명절을 사실상 경영회의로 활용하는 추세”라며 “AI 전환과 공급망 안정화, 반도체 반등 등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내년 사업 구조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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