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인사, ‘비선 통제’ 한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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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인사, ‘비선 통제’ 한계 드러내다

직썰 2025-10-05 18:07: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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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총무비서관 김현지,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 변경.”

대통령실이 9월 29일 오후 3시 내놓은 짧은 공지였다.

단 한 줄의 인사가 권력 내부의 긴장을 드러냈다. 불과 72시간, 그 짧은 시차 속에서 대통령실 통제의 한계가 노출됐다. 야당은 “국감 회피용 인사”라며 반발했고, 여권에서도 “참모 인사 하나가 정권의 불안감으로 읽히는 건 부담”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김현지는 국감 증인 채택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출석 의무가 있는 자리를 벗어나면서 ‘국감 회피용 인사’ 논란은 순식간에 번졌다.

◇72시간의 시차, ‘방탄 인사’ 논란의 불씨

야당은 9월 26일 “김현지를 국감 증인 명단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예산과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로, 국회의 감시 대상이었다.

그러나 사흘 뒤인 29일, 대통령실은 김현지를 제1부속실장으로 전격 이동시켰다. “한 달 전부터 검토된 인사로, 국감과는 무관하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실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이미 지난달 초부터 준비된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달 전 인사수석을 임명하면서 ‘자연스러운 개편과 인사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그때 이미 내부적으로 인사 준비가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시점상으로는 국감 증인 논란보다 앞선 인사였지만, 발표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겹치며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야당은 “증인 명단이 확정되자마자 자리를 바꿨다”며 반발했고, 여당 관계자조차 “시기상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성남라인 내부 순환 인사”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인사 자체보다 ‘보이는 시점’과 ‘보이지 않은 준비 과정’의 괴리가 권력의 불투명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어진 공방, 드러난 ‘통제의 한계’

논란은 일주일 가까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국회가 증인으로 채택하면 출석하겠다”고 밝혔지만,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대응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인식이 여야를 막론하고 확산됐다.

민주당은 “참모의 책임 회피는 정권 투명성의 후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를 김현지 논란에 엮는 건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이진숙 체포 이슈가 언론을 덮으며 논란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현지 프레임은 스스로 만들어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통제의 부재가 아니라, ‘통제가 통제되지 않는 구조’, 즉 권력 내부의 정보 흐름이 기록되지 않고 구두로만 움직이는 구조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조용한 실세’, 베일 속의 권력

김현지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예산·운영·내부 조율을 총괄하며 ‘비공식 핵심 참모’로 불린다.

외부에서는 ‘괴문자 발송’ 사건으로 약식기소된 이력으로만 알려져 있다. 학력, 경력, 가족관계 등 신상 정보도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성남 시민단체 ‘성남시의제21’ 활동을 통해 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대통령실 예산과 인사 조율을 맡으며 실질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현지는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고, 내부 조율을 담당하는 핵심 참모지만 공식 직책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이번 인사는 권력 구조의 내면을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투명성 과시’와 ‘비기록 통제’의 역설

김현지 논란이 확산되던 9월 23일,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공개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투명성 과시용’으로 봤다.

일부 보도에서는 “대통령비서실 특활비가 위로금·격려금 명목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회계 통제의 허점이 다시 불거졌다.

핵심은 구조였다. 주요 보고와 지시가 여전히 구두나 전화로 이뤄지고, 문서 기록은 남지 않는다.

통제가 없는 게 아니라, 기록을 남기지 않는 통제였다. 이러한 ‘비기록 통제 체계는 책임 회피와 권력의 블랙박스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로 지적된다.

여야는 비서진의 국감 출석 의무를 명문화하고, 주요 보고 체계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여권 인사는 “기록이 늘수록 통제 장치는 강화되지만, 권력은 언제나 그 틈을 피해 이동한다”며 “투명성은 제도보다 신뢰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록의 부재가 드러낸 권력의 균열

결국 이번 인사는 대통령실 권력 구조의 심층부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됐다. 김현지는 권력의 얼굴이 아니라,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비추는 거울이다. 기록되지 않은 통제, 보이지 않는 권력, 그리고 흔들리는 시스템이 한 줄의 인사를 통해 드러났다.

권력을 기록으로 통제할 것인가, 관계로 유지할 것인가. 그 선택이 한국 정치의 투명성을 가르게 된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실의 신뢰를 넘어, 한국 정치가 ‘기록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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