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국내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이어가자, 유통·식품 업계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유니폼·굿즈부터 치킨·편의점 상품까지 소비가 함께 늘면서, 야구장이 기업 매출을 움직이는 소비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누적 관중은 1201만9267명으로,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즌 12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000만명 관중 기록도 다시 갈아치웠다.
흥행 열기는 경기장 안팎 소비지출로 직결됐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약 1089만 명의 프로야구 관람객 소비는 1조1121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9569명의 고용유발효과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소비 규모만 따지면 5563억원으로, 세부 적으로 입장료(1964억원), 식음료(2574억원), 교통비(102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프로야구 팬덤은 젊고 충성도가 높아 소비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2024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프로야구 팬의 평균 연령은 30.7세로 여타 스포츠 팬보다 가장 젊었고, 10년 이상 응원해온 이른바 ‘골수팬’ 비율은 34%에 달했다. 시즌 평균 경기 관람 횟수는 15.1회로 프로스포츠 중 가장 많았으며, 경기 당일 1인당 평균 지출액은 4만9854원으로 프로골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 같은 팬덤 특성은 곧바로 구단 MD(굿즈) 상품 매출로 이어졌다. SSG 랜더스에 따르면 올 시즌 유니폼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성장했고, 굿즈 전반의 판매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는 산리오 포차코·깜자·월레스와 그로밋 같은 인기 캐릭터 협업부터 최정 선수 500홈런 기념 유니폼 공모전 등 굿즈를 내놨는데, 이런 전략이 팬들의 호응을 얻으며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SSG 랜더스 관계자는 “내년에는 구장 안팎 팝업 스토어 확대와 신규 협업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유통 라이벌 롯데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관계자는 “회사 방침상 매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관중 수 증가가 티켓 판매와 수익 확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의 올해 홈 관중은 150만여명으로 전년(123만명)보다 22% 늘었다.
관중 증가 효과는 다른 구단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화는 전년 대비 49% 늘어난 119만 관중을 기록했고, 삼성도 27% 증가한 162만명을 동원했다. LG와 두산 역시 각각 15%, 8% 증가세를 보였으며, 전체 평균 좌석 점유율은 82.9%에 달했다. 특히 한화와 삼성은 99% 안팎의 점유율로 매 경기 만석에 가까운 흥행을 이어갔다.
늘어난 관중은 구단 매출뿐만 아니라 치킨·간편식 같은 현장 소비도 끌어올렸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인천 문학야구장 3호점이 올해 1~8월 누적 매출에서 전년 대비 10% 성장했고, 잠실야구장 내 3개 매장은 8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9.4% 늘었다. BBQ는 야구 특수를 겨냥해 지난 9월 수원 KT위즈파크에 일본 외식기업 와타미 그룹과 합작한 이자카야 브랜드 ‘토리메로’를 출점했다.
편의점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야구장 내 점포 매출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초콜릿(800%), 젤리(500%), 즉석식품(450%)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롯데자이언츠 빵’은 랜덤씰 마케팅 효과로 매출이 전년 대비 1만1000% 폭증했다. 같은 롯데 계열사 롯데웰푸드가 제조한 이 제품은 구단 팬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CU도 올 들어 야구장 입점 점포 매출이 전년 대비 32.6% 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두산베어스 구단과 협업해 3월 출시한 ‘연세우유 먹산 생크림빵’은 한 달여 만에 45만개가 팔리며 디저트 매출 1위에 올랐다.
GS25는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 등과 협업해 ‘스포츠 특화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은 최근 3개월간 일 평균 매출이 일반 점포의 4배, 방문객 수도 3배를 넘었다. 매출의 30% 이상을 굿즈가 차지할 정도로 팬덤 소비가 두드러지며, 두 구단 모두 가을야구 진출이 확정돼 특수 효과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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