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2025시즌 프로야구 순위 경쟁만큼 최우수선수(MVP)를 향한 경쟁도 시즌 막바지까지 뜨겁게 불타올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올 시즌 KBO리그 MVP 경쟁은 한국 야구 역사에 나란히 발자취를 새긴 '극강의 에이스'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와 '거포'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둘 중 누가 MVP에 선정돼도 이견이 없을 만큼 올해 폰세와 디아즈가 선보인 활약은 눈부셨다.
폰세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시즌 내내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꼽혔다.
폰세는 시즌 막판 삼진왕 자리를 잠시 드류 앤더슨(245탈삼진·SSG 랜더스)에 내줬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1일 인천 SSG전에서 10개의 삼진을 추가해 시즌 252탈삼진을 기록, 앤더슨을 제치고 삼진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이로써 그는 다승(17승), 평균자책점(1.89), 탈삼진, 승률(0.944) 등 4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외국인 선수 최초 4관왕에 등극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시상 기준 공식 4관왕에 오른 투수는 역대 단 두 명뿐으로, 1999년 구대성(당시 빙그레)과 2011년 윤석민(당시 KIA 타이거즈)만이 해당 대기록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폰세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1.89로 마감해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로는 2010년 류현진(한화·1.82) 이후 15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빛냈다.
폰세가 작성한 대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지난 5월17일 대전 SSG전에서 8이닝 동안 18개의 삼진을 솎아 내 정규이닝(9이닝) 기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달 3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시즌 228탈삼진을 기록, 2021년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 베어스)가 작성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도 가볍게 갈아치웠다.
또 27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패 행진을 벌이며 선발 개막 17연승을 달렸다. 이 또한 종전 14연승(2003년 정민태 당시 현대·2017년 헥터 노에시 당시 KIA)을 넘어선 신기록이었다.
각종 이정표를 세우며 독주하던 폰세의 행보에 균열을 낸 이가 있었으니, 푸른 피의 강타자 디아즈였다. 디아즈는 시즌 막판 한층 더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며 폰세를 위협하는 강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다.
KBO리그 2년 차인 디아즈는 시즌 내내 매서운 페이스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특히 9월 한 달간 18경기에서 타율 0.403(67타수 27안타), 7홈런 25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1.315를 작성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9월 들어 더욱 불붙은 방망이를 자랑한 디아즈도 기록 파티를 벌였다.
지난달 25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그는 2015년 박병호가 작성한 146타점을 넘어 단일 시즌 최다 150타점 고지를 밟았다.
같은 날 디아즈는 시즌 49호 홈런도 터뜨리며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새로 썼다. 2015년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가 세운 48홈런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아울러 디아즈는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KIA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시즌 50호 홈런을 날렸다.
단일 시즌 50홈런을 달성한 외국인 타자는 디아즈가 최초이며, 국내 선수까지 포함하면 역대 4번째에 해당한다.
이전까지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1999년 54개·2003년 56개), 심정수(2003년 53개), 박병호(2014년 52개·2015년 53개) 단 세 명뿐이었다.
이로써 그는 KBO리그 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에 50홈런과 15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디아즈는 타점(158타점)과 홈런(50개), 장타율(0.644) 타이틀을 거머쥐어 3관왕에 올랐다.
나머지 타이틀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 나왔다.
두산의 베테랑 포수 양의지가 시즌 타율 0.337을 기록, 6년 만에 타격왕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7월까지만 해도 양의지는 '다크호스' 안현민(KT 위즈)에 크게 밀려 타격왕 경쟁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8월 한 달간 24경기에서 타율 0.407(85타수 35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역전에 성공했다.
역대 KBO리그 포수 가운데 타격왕을 차지한 선수는 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0.340)와 2019년 양의지(당시 NC·타율 0.354) 단 두 명뿐이었다. 올 시즌 양의지가 또 한 번 타격왕에 오르며 KBO리그 사상 최초로 포수 타격왕 2회 등극이라는 진기록을 써냈다.
홀드왕 타이틀은 SSG의 베테랑 필승조 노경은의 차지였다. 올 시즌 같은 40대인 김진성(LG)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노경은은 35홀드를 수확, 33홀드를 작성한 김진성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38홀드로 생애 첫 홀드왕에 오른 노경은은 올해도 타이틀을 지켜내며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다.
2023년 30홀드, 2024년 38홀드를 수확했던 노경은은 역시 역대 처음으로 3년 연속 30홀드를 써냈다.
젊은 마무리들의 각축전이 펼쳐졌던 세이브 부문에서는 박영현(KT)이 생애 첫 세이브왕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2023시즌 홀드왕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올해 35세이브를 따내 이 부문 2위 김서현(한화·33세이브)을 앞지르고 마침내 세이브왕의 주인공이 됐다.
도루왕 타이틀은 LG 박해민의 몫이었다. 그는 올 시즌 49개의 베이스를 훔쳐 삼성에서 뛰던 2018시즌 이후 7년 만에 도루왕 자리를 되찾았다. 이로써 통산 다섯 번째 도루왕 타이틀을 품은 박해민은 최다 5차례 도루왕에 오른 김일권(1982·1983·1984·1989·1990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다 안타 부문에서는 지난해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202안타를 기록했던 롯데의 빅터 레이예스가 올해에도 187안타를 때려내며 2년 연속 최다 안타 타이틀을 따냈다.
득점왕은 삼성의 간판 타자 구자욱(106득점)에게 돌아갔다.
KT 신예 안현민은 출루율 0.448을 기록해 생애 첫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안현민은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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