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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칼로 힘 실어줬다가 그 칼에 베인 문재인 정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손쉽게 정권교체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는 초반부터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했다. 출범 직후 2018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개혁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그 시작은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장으로 활약한 당시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앉히면서다. 직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영렬(사법연수원 18기)이었으니 무려 다섯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 인사였다.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 관련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윤석열은 그만큼 ‘정의로운 검사’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불신했지만,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삼았다. 적폐청산을 위한 잘 드는 칼로 사용한 것이다. 지지율이 높은 정권 초기 검찰개혁에 나서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적폐청산에 대규모 검사가 동원됐다. 구체적으로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및 뇌물수수 △이명박 다스 실소유주 사건 △국정원 정치공작 및 댓글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방해 및 유가족 사찰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기무사 계엄령 문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시기 기소된 인원만 200명 이상, 수사를 받은 인원만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름값을 키운 게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이원석 등이다. 이윽고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에 임명된다. 직전 검찰총장인 문무일(사법연수원 18기)보다 다섯 기수 아래였으나, 이 역시 파격적인 인사였다. ‘정의로운 검사들’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건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부터다. 검찰은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2019년 9월 6일 밤, 조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정 교수는 당시 소환 조사 없이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이 완전히 갈라서게 된 결정적 순간이다. 검찰개혁 대신 검찰의 힘을 키운 문재인 정부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조 장관은 임명 후에도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로 35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재임 시기 내내 ‘윤석열 때리기’에 집중했다. ‘추윤갈등’으로 불리는 이 시기 당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주요 재판부 사찰, 채널A 사건 등 여러 의혹을 근거로 징계 및 직무정지를 시도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강하게 맞섰다. 추 장관의 직무정지, 징계로 인해 윤 총장은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배제되었으나, 법원의 판단으로 곧 복귀하게 됐다. 아이러니한 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그의 이름값은 높아져만 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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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설치…뒤늦은 개혁에 발목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뒤늦게 검찰개혁에 뛰어든 문재인 정부는 검찰 힘 빼기에 나섰다. 2019년 12월 공수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2021년 1월 공수처가 정식 출범했다. △고위공직자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한을 갖게 됐다. 바꿔 말하면 검찰은 더이상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할 권한을 잃게 됐다.
검찰에 집중된 수사권을 조정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작업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불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2020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시작됐다. 먼저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으로 제한됐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는 경찰에서 수사하도록 했다. 형소법 개정을 통해서는 상하관계가 명확했던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상호 협력’으로 바뀌었고 검사의 수사지휘권 규정은 삭제됐다.
2022년 5월 형소법 개정을 통해 △검사는 사법경찰관의 송치요구 등에 따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접 수사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송치결정(수사종결) 받아 이의신청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등의 작업이 이뤄졌다. 또 2022년 검찰청법 개정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더욱 좁혔다. 이 개정으로 검찰은 종전 6대 범죄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만 직접수사할 수 있도록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끝에 가서 결실을 맺기는 했으나, 재임 시기 ‘20년 정권론’이라는 말이 나오던 게 민망할 정도로 ‘정권 재창출 실패’로 귀결됐다. ‘정의로운 검사’로 불리던 윤석열에 의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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