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찾기·분실신고·외국인 범죄 등 업무 급증…언어 장벽 탓 애로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관광특구 한복판에 위치한 중구 명동 파출소에 중년 금발 여성이 조심스레 들어섰다.
여성은 파출소 벽면에 걸린 주변 지도를 가리키며 울상을 지었다. 분실물을 찾아달라는 취지로 이해한 경찰이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불편했는지 손짓이 오갔고, 결국 스마트폰 번역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파출소 관계자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체감상 업무의 70∼80%는 외국인 응대 같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월까지 1천230만명을 기록했다. 현 추세대로면 역대 최대인 2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문화 상품의 글로벌 흥행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며 명동 상권은 오랜만에 웃음꽃이 핀 모습이다.
하지만 경찰은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고 한다. 분실물 신고 같은 간단한 민원은 기본이고, 외국인들이 각종 범죄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는 경우 역시 늘어나며 업무량이 급증하고 업무 난도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난달 홍대거리에서 발생한 대만 여성 폭행 사건이 단적인 예다. 한 대만 유튜버가 '한국인 남성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자 경찰이 '중국인 남성이었다'고 반박했는데, 하루 차이로 발생한 유사 사건을 경찰이 혼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대만 여성이었고 새벽 5시대에 일어났다. 한 경찰 관계자는 "홍대 거리에서 대만 여성이 새벽 5시에 폭행당하는 일이 연이틀 벌어질 만큼 외국인 범죄가 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경찰서 간부는 프랑스 국적 마약 사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장을 보여주고 영어로 권리를 고지하니 못 알아듣는 척하더라"며 "과거 영어로 조사받은 전력을 파악해 영장을 집행했지만, 정말 못 알아듣는 피의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해 검거되는 외국인 범죄자는 2022년 3만1천명에서 2023년 3만3천명, 지난해에는 3만5천명을 기록했다. 범죄 피해자 중 외국인도 작년 3만1천명으로 재작년(2만8천명)보다 늘었다.
경찰은 범죄를 신고하는 외국인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외국어 특기 112 상담원을 채용하고 있다. 수사 현장에선 '거마비' 약 3만원에 시간당 4만원을 주고 민간인 통역요원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된 데다 심야시간 등에는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피의자는 물론 경찰도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되는 유치장은 더 사각지대다. 스마트폰 통역 기능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경찰은 최근 마포서를 필두로 144개 언어 통역이 가능한 통역기를 유치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 외국인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외국어에 능통한 경찰을 더 활발히 채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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