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인공지능(AI)이 교육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주요 교육기업들이 업무 다방면에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교육기업은 자체 AI를 개발해 업무 효율성 향상 및 학습자와의 신뢰도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육업계에서 AI는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준을 진단하는 보조 수단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수업 진행, 교사 보조, 학습 과정 모니터링, 나아가 개별 회원 관리까지 수행하며 교육의 질을 바꾸고 있다. 학습자와 교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학습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맞춤 콘텐츠까지 제공함으로써 사실상 ‘디지털 학습매니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선생은 초등 영어 학습 앱 ‘와이플래닛(Y-Planet)’에 AI 기능을 접목해 복습 과정을 흥미로운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 학습자는 메타버스 환경에서 게임처럼 복습을 진행할 수 있으며 AI 챗봇 ‘피비(Peeby)’와 자유로운 영어 대화를 나누거나 학습한 단어를 퀴즈 형식으로 확인한다. 윤선생은 최근 피비의 대화 속도를 개선해 몰입도를 높였고 게임형 학습 기능을 확장하며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교사 지원 기능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최근 도입된 ‘AI 실험실’은 관리 교사들이 영어 원고 첨삭에 드는 시간을 절감하고 학습자별 맞춤 지도를 가능하게 한다. 대표 도구인 ‘라이트백(WriteBack)’은 문법 피드백 제공에 그치지 않고 원어민 발음 음성까지 추가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올 하반기에는 ‘문항 생성기’와 ‘독해 문항 생성기’ 등 자동 문제 제작 서비스도 공개될 예정으로 AI가 콘텐츠 생산 단계까지 참여하는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웅진씽크빅 ‘빨간펜 아이캔두’는 AI 기반 진단평가와 코칭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은 매월 학업 성취도를 점검받는 전국 단위 AI 진단평가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시스템은 학습자의 ‘망각 주기’를 반영해 적절한 시점에 깜짝 퀴즈를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가 잊기 전에 다시 점검할 수 있어 기억 유지 효과가 높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실사형 AI 튜터 ‘마이쌤 체크타임’이다. 이 AI 튜터는 영상으로 학생에게 직접 말을 걸며 학습 현황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준다. 단순한 정답·오답 위치를 짚는 것이 아니라 ‘지난주 학습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짚고 개선 방안까지 제안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AI 담임선생님’ 역할을 한다. 학습자가 스스로 동기를 유지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은 AI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자사 플랫폼 ‘아이스크림홈런’에 생성형 AI 기술 ‘AI 드림마블’을 탑재해 상호작용 기반 학습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서비스 ‘AI 생활기록부’는 학습 데이터와 체감 난이도, 풀이 습관 등 세밀한 지표를 분석해 개별 학습 전략을 제시한다.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학습이 어떤 단계에 머무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학생 본인도 자신의 학습습관을 진단받을 수 있다.
AI 기반 캐릭터 튜터 ‘아이뚜루’도 특징적이다. 음성인식과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을 결합한 이 서비스는 학생이 문제를 풀 때 코칭을 하거나 잘못된 풀이 과정을 바로 잡아준다. 친근한 캐릭터를 앞세운 코칭 방식은 학습 거부감을 줄이고 오히려 학습 과정에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재교육은 AI 활용을 단순 피드백에 머물지 않고 학습 콘텐츠 제작에까지 확장했다. 자체 AI 엔진 ‘밀크T Genia.’는 진단 및 맞춤형 학습 설계뿐 아니라 새로운 학습 활동을 만들어내는 기능에 강점이 있다.
‘AI 수다익선’은 기초 연산 훈련을 종이 학습지처럼 풀 수 있게 디지털화해 연습 효과를 높이는 서비스다. 또 ‘AI 내 귀에 교과서’는 전용 AI 성우가 교과서를 구어체로 읽어주며 학습 친밀감을 강화한다. 천재교과서 관계자는 “학습자들이 교과서를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귀로 들으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enia.는 단원별 난이도 분석과 학습 리포트 생성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교사에게는 관리 도구로 학생에게는 맞춤 학습 가이드로 모두 활용된다. 이는 AI가 더 이상 ‘수업 보조 장치’가 아니라 ‘학습 매니저’로 기능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교육업계에서 AI 활용은 단순 진단 도구의 단계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윤선생 관계자는 “AI가 초기에는 데이터 분석과 진단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교사와 학습자를 연결하고 학습 과정을 촘촘히 모니터링하는 조력자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교육시장에서도 AI 도입 속도가 빠르다. 북미 지역의 경우 2023년 기준 60% 이상 학교에 AI 기반 솔루션이 도입됐으며 유럽·아시아 시장에서도 AI 언어처리·자동평가·지능형 튜터 등 다양한 AI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AI 기반 학습경로 최적화를 통해 학생 개인별 학습 속도와 난이도 조정, 자동화된 과제 채점 및 피드백, 1대1 맞춤 튜터링 서비스 등이 대중화되는 추세다.
통계적으로도 AI 활용 교육은 학습 유지율을 최대 30%까지 높이고, ChatGPT 등 도구 활용률은 학생 기준 90%, 교사 기준 50%에 육박한다. 글로벌 교육AI 시장은 올해 55억달러(7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언어교육 플랫폼 듀오링고는 ‘AI-퍼스트’ 기업화를 공식 선언했다. 조직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으로 반복적 콘텐츠 제작 등 자동화 가능한 업무는 AI 도구로 대체하고 신규 채용은 AI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승인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루이스 폰 안 듀오링고 CEO는 "AI 기술로 콘텐츠 제작 역량이 2년 사이 10배 늘었으며 수백개의 신규 어학 코스를 빠르게 확장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기준 일일 활성 이용자는 4770만명에 달하며 유료 가입자도 1090만명을 넘어섰다. 주요 기능은 학습 완료율을 15% 높였고 사용자 78%가 실전회화 준비도 향상이 있었다는 응답을 남겼다.
하지만 인력 감축과 콘텐츠 품질 저하 우려로 사용자 급감, 불매 운동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루이스 폰 안 CEO는 "AI 중심 전략은 조직을 재편하는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AI는 직원의 일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극대화하는 도구"라고 해명했고 실제 반복 업무 담당 계약직만 일부 제외됐으며 정규직 감축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 이후 듀오링고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신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칸아카데미는 AI 언어모델 GPT-4를 도입한 'Khanmigo'를 올해 시범 서비스로 론칭했다. Khanmigo는 학생에겐 개별 맞춤형 튜터, 교사에겐 학급 관리 및 자료 제작 지원 도구로 활용된다. 칸아카데미 측은 "학생마다 학습 수준과 배경이 다양한데 GPT-4의 대화형 기능으로 각기 다른 수준의 개별 질문·피드백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깊이 있는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는 Khanmigo를 통해 학생별 성취 현황을 즉시 파악할 수 있고 수업 자료나 학습 활동을 손쉽게 생성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공립교사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MS) 협력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도입 학교에서는 AI의 단계별 힌트, 실시간 코칭, 즉각적 오류 수정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교육기업들이 생성형 AI와 학습 빅데이터를 결합해 맞춤형 콘텐츠 제작과 교육 코칭을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가 학습자의 학업 성취도를 분석한 뒤 부족한 영역을 보완할 문제와 활동을 바로 생성해 제공하는 단계로 확장되면 ‘개별 교사 1대1 맞춤 학습’과 거의 유사한 경험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AI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경우 교육 현장에서 인간 교사의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교사의 업무 경감과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어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이제 교육기업의 필수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맞춤형 교육과 회원 관리, 교사·학생 연결 등 교육 현장 전반을 혁신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업 역량과 교육 경험의 질적 도약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는 교육의 본질적 경험까지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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