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매파' 다카이치 승인 분석…'킹메이커' 아소도 보수층 지지 회복 원한듯
"주요 야당과 교류 부족…야스쿠니 참배시 동아시아 외교에 영향" 분석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4일 신임 총재로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을 선출한 데에는 최근 선거에서 이탈한 보수층 지지를 그가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1차와 결선 투표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제치고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언론은 대체로 다카이치 총재가 강경 보수 성향이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일부 정책에서 개혁적 면모를 보여 온건 보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날 결선 투표는 사실상 당내 강경 보수와 온건 보수 간 대결로 해석됐는데, 결과는 강경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다카이치 총재 승리였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고, 결선 의원 투표에서도 세간 예상을 깨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보다 4표를 더 많이 얻었다. 일본 언론은 대부분 결선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경제안보에서 논쟁을 이끌어 온 다카이치 총재에 대해 보수층 탈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온건 보수 성향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 취임 이후 자민당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했는데, 자민당의 기존 '암반 지지층'이었던 보수층이 우익 성향 참정당 등으로 돌아선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자민당 재건을 위해서는 보수 색채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당원과 의원들이 다카이치 총재에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당내 유일한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소속 의원들에게 결선에서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아소 전 총리는 보수적 정치 신조를 내건 다카이치 후보에 대한 지지를 끌어올려 자민당을 떠난 것으로 지적되는 보수층에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설했다.
사실상 '킹 메이커' 역할을 한 아소 전 총리도 자민당의 보수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다카이치 총재가 당권을 잡기 위해 보수 색채를 희석하고 자신의 강경 보수 성향을 우려하는 의원들을 배려한 것이 승인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재가 작년과 달리 총리 취임 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고, 이날 결선 투표 직전 연설에서는 동료에 대한 감사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재가 야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예산안과 법률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정권 운영이 암초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이니치는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다카이치 총재가 외교와 재정 정책 등과 관련해 '매파'와 같은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을 경계하는 견해도 강하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소수 여당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협력 대상이 될 주요 야당과 교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시바 정권과 마찬가지로 가시밭길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한국과 중국 등이 반대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 "참배를 단행한다면 개선 경향에 있는 동아시아 외교에 반드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카이치 내각 출범이 쇄신한다는 느낌을 줄지도 불투명하다면서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다양성 존중과도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에서 '비자금 스캔들'의 온상이었던 파벌이 대부분 해체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전현직 파벌 수장들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자민당이 구태의연하다고 변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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