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함께 모은 재산을 일방적으로 장남에게 몰아준 90대 남성의 행동에 대해 대법원이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4일 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80대 여성 A씨가 90대 배우자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 사건을 2심에 돌려보냈다.
A씨가 내세운 이혼 사유는 이 부부가 혼인 기간 함께 취득·유지한 재산 대부분을 B씨가 일방적으로 장남에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1961년 결혼해 3남3녀를 둔 A씨와 B씨는 주로 농사를 지어 벌어들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A씨는 식당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60년간 모은 재산은 대부분 B씨 단독 명의로 돼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22년 이들이 소유한 집과 대지가 산업단지 조성산업에 편입되며 부부는 수용보상금 3억원을 받게됐다. 이 금액의 처분 방법에 대해 A씨와 B씨는 이견을 보였고, 다투던 B씨는 일방적으로 보상금 권리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또 같은해 B씨는 감정가액 15억원 상당의 부동산까지 장남에게 전부 증여했다.
B씨 명의로 남은 부동산은 그가 종중원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부동산 포함 5억원가량만 남았다.
격분한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는 장남에게 증여한 재산이 모두 자신의 특유재산이라며 이혼을 거부했다. 여기서 특유재산은 분할대상에서 제외되는 재산이다.
대법원은 A씨에게 B씨의 행동이 “이혼 사유가 된다”며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민법은 이혼상 재산분할 제도를 둬 이혼에 이른 당사자에게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해서는 누구 명의로 취득한 재산인지와 관계없이 재산분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 협력에는 재산 취득에서 협력뿐 아니라 재산을 유지 또는 증식함에 대한 협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혼인 생활 중 부양·협조의무 등을 통해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부부의 한쪽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등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하는 행위는 상대방 배우자의 기초적인 생존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매우 곤란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로 인해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면 민법상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는 노령에 이르러 원고와 함께 평생 이룬 재산의 주요 부분을 원고의 반대에도 연속해 일방적으로 처분하고 지금껏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할 뿐 남은 생애 도모를 위한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배우자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해쳤다”고 했다.
대법원은 마지막으로 이들의 갈등 내용과 정도, 그로 인한 별거 경위와 기간을 고려할 때 혼인 관계가 부부 상호 간 애정과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혼인 생활을 지속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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