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만1천명 이어 올해 초 4천명 추가 파병…2천명 전사 추정
가족에 알리지도 못한 채 러시아 전장으로…北, 자폭을 영웅담으로 묘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러시아로 향하는 대규모 북한 병력의 이동이 우리 정보당국에 처음 포착된 것은 약 1년 전인 작년 10월 8일이다.
국가정보원은 작년 10월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그전까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무기를 대량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대규모 병력 파견은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작년 6월 평양에서 양국 관계를 동맹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지 두 달 만에 참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지난 8월 방영된 조선중앙TV의 참전 관련 프로그램에는 김 위원장이 8월 28일 북한군 특수작전부대들을 쿠르스크주 해방작전에 참전시킬 것을 결정했다는 자막이 송출됐다.
북한은 작년 10월 러시아에 1만1천여명을 파병한 데 이어 올해 1∼2월 4천여명을 추가 파병했다. 북한은 공병 병력 1천명을 추가로 보냈고, 인프라 재건을 위한 군사건설 인력 5천명도 파견할 방침이다.
북한은 첫 파병 이후 여섯 달이나 지난 올해 4월에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입장문을 통해 참전을 공식 인정했다.
북한 군인들은 가족에게 해외 파병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 채 낯선 타국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내몰렸다.
국정원이 우방과 함께 검토한 북한군 전사자 추정치는 2천여명이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서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포로가 되느니 자폭을 택하라는 북한군 지도부의 독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만5천명을 파병하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것으로 확인된 북한군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이들 포로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과 같다"고 자신도 수류탄이 있었으면 자폭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파병 군인들의 참혹한 실상은 북한 당국이 영웅담으로 미화한 전사 경위에서도 확인된다.
조선중앙TV가 8월 말 방영한 전투 영상 기록물에는 "적들의 포위에 들게 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수류탄을 터뜨려 영용하게 자폭했다"는 등의 묘사가 등장한다.
파병을 공식화한 북한은 지난 여름부터 전사자의 유해 송환식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추모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관 위에 인공기를 덮는가 하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을 노출하며 애민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북한은 전사자 유족을 초청해 위로식을 여는 등 참전 군인에게 최상의 예우를 약속했다. 이는 대규모 전사자 발생에 따른 군의 사기 저하와 민심 이반을 막고 파병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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