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實錄조조] 꼬여버린 난세 회유 책략 '제왕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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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實錄조조] 꼬여버린 난세 회유 책략 '제왕의 부엌'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0-04 05:2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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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3.금요일]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위(魏)의 초군(譙郡)에서 태어난 조조(曹操)는, 천하가 무너지고 군웅이 피를 흩뿌리던 난세의 가장 복잡한 그림자였다. 당대 관상가 허소(許劭)의 예언처럼, 그는 태평성대에는 훌륭한 신하가 될 자질을 갖췄으나, 이 혼돈의 시대에는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간교한 영웅(亂世之奸雄)의 가면을 써야 했다. 문무(文武)를 겸비한 지략가이면서도 , 때로는 잔혹한 술수를 서슴지 않는 그의 행보는 언제나 중원의 화두였다.

 조조는 냉혹한 군주이기 이전에, 백성의 굶주림을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한 통치자였다. 거듭된 전란으로 중원의 먹거리가 바닥나자, 그는 혁신적인 '둔전제(屯田制)'를 실시하여 식량난을 해결하고 부국강병의 기틀을 다졌다. 백성들이 스스로 살길을 마련하도록 돕는 이 애민(愛民) 정신이야말로, 그의 통치 철학이자 위(魏)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근본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조조는 대업을 이루는 치열한 전장의 한가운데서, 뜻밖에도 궁정 깊숙한 곳에 숨겨진 '제왕의 부엌'을 백성들에게 열어 보였다.

 때는 중원의 대명절, 한가위를 앞둔 시점이었다. 위왕 조조는 부부 동반으로 백성들이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이름하여 의 추석 특집 편에 출연을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었다. 조조는 이 자리에서 한식과 제철 식재료, 추석 음식을 논하며 'K-푸드 전도사'를 자처했다.

 난세에 제왕이 자신의 냉장고, 즉 '식량 창고'를 공개하고 백성의 삶과 밀접한 음식을 논하는 것은, 둔전제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가장 강력한 선전술이었다. 이는 곧 "나는 백성의 배고픔을 잊지 않고 있으며, 나의 통치 하에 너희는 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을 것"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투사하는 행위였다.

 대업(大業)이라는 큰일(大觀)을 경영하면서도 , 가장 사소한 일상(小察)인 부엌의 음식과 추억을 백성과 공유하는 그의 모습은, 정적들이 그를 비난하는 '간웅'의 이미지에 맞서, 백성에게 친숙하고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적인 통치자'의 모습을 덧입히는 고도의 문학적 선전술이었다. 그는 군사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백성의 '마음'이라는 가장 귀한 전리품을 포획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파격적인 행보를 두고, 위왕 조조의 적대 세력과 호사가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바로 녹화 시점이었다. 방송 방영일(10월 5일)은 정해졌으나, 정작 조조 부부가 부엌에 내려온 정확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야심 많은 정적들은 이 시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들은 9월 26일부터 28일 사이, 심지어 나라의 전산 업무시스템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민심이 흉흉했을 때 녹화가 이루어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9월 28일 오후 2시 44분, 방송국 인근에서 대규모 호위 무사(경찰 인력)가 목격된 정황은 이 의혹에 불을 지르는 기름이 되었다. 조조가 난세의 위기 상황에서 사적인 예능 녹화를 강행했다는 비난을 쏟아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위왕 조조는 끝까지 정확한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를 보좌하는 대통령실은 '촬영 시점 의혹과 비난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단호하게 반박하면서도, 녹화 일정은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

 이같은 조조의 전략적인 '침묵'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간웅적 면모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의 일화인 '몽중살인(夢中殺人)'과 맥을 같이한다. 조조는 자신이 잠결에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신하들에게 공포와 경계심을 불어넣었다. 오직 영특한 양수(楊修)만이 "승상은 꿈속에 있는 것이 아니오. 그대가 꿈속에 있는 것이오"라고 간파했지만, 결국 그 총명함 때문에 화를 입었다.

조조가 녹화일을 둘러싼 '시간의 계측' 논쟁에 정면으로 응하기를 거부한 것은, 곧 정적들에게 보내는 암묵적인 경고였다.

"나의 모든 행위는 천하 대업을 위한 정당성을 지닌다. 너희는 사소한 논란(녹화 시점)에 얽매여 나의 의도를 재단하려 하지 마라. 그 행위는 양수처럼 스스로 파멸을 자초할 뿐이다."

조조는 정확한 시간을 비공개함으로써, 논란의 진위가 아닌, 논란 자체가 정적들의 소모적인 쟁점이 되도록 유도했다. 그는 이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통해 정적들의 힘을 빼고, 모든 내러티브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나 중요 국면 속에서 제왕의 행보를 의심하는 것은, 결국 '대업을 생각하는 군주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낙인찍힐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 위왕 조조의 <제왕의 부엌> 출연은, 식량을 통해 백성을 회유하고, 문덕을 통해 이미지를 다듬었으며, '시간의 계략'을 통해 정적을 통제하려 한, 문무 겸비의 완벽한 난세 경영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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