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여신’으로 불리며 네팔에서 힌두교도와 불교도의 숭배를 동시에 받는 새로운 ‘쿠마리’로 2살 여자아이가 뽑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CNN 방송과 AP 통신 등 해외 언론은 최근 네팔에서 생후 32개월 된 아리야타라 샤캬가 새 쿠마리로 선출됐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신이 된 아리야타라는 의전용 가마를 타고 집에서 나온 뒤 수많은 인파의 환호를 받으며 거리 행진 후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사원 궁전으로 들어갔다.
신도들은 아리야타라의 발에 이마를 갖다 대기 위해 줄을 섰고, 꽃과 돈을 바쳤다. 발에 이마를 대는 행동은 힌두교에서 가장 큰 존경의 표시다.
아리야타라의 아버지인 아난타 샤카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내 딸이었는데 이제 여신이 됐다”며 “우리는 딸이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어나기 전부터 여신이 될 징조가 있었다”면서 “아내가 임신했을 때 여신 꿈을 꿨다”라고 덧붙였다.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를 뜻하는 쿠마리는 네팔 토착민인 네와르 공동체 샤캬족의 2∼4살 여자아이 중에서 선발된다.
피부를 비롯해 머리카락, 눈, 치아에 흠 등 32개에 달하는 엄격한 외모 조건뿐 아니라 전임 쿠마리가 쓰던 장신구를 고르는 시험, 동물 사체가 있는 깜깜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선발된 쿠마리는 살아있는 여신으로 불리며 힌두교도뿐만 아니라 불교도로부터도 동시에 추앙받지만, 사원 궁전에서 사실상 격리된 삶을 살면서 1년에 몇 차례 축제가 열릴 때만 외출할 수 있다.
특히 카트만두의 쿠마리가 된 아리야타라는 지역에서 선발된 쿠마리보다 더욱 엄격한 조건에서 생활해야 한다. 학교에도 다니지 못한다. 사원 궁전 안에서 개인 교사에게 교육받고 텔레비전을 보기도 한다.
쿠마리는 신성한 존재이기에 땅을 밟으면 안 된다는 믿음도 있어 항상 누군가에게 업히거나 가마를 타야 한다. 이 때문에 다리 근육이 약해져 은퇴 후 재활훈련을 받기도 한다.
또 초경이 시작되면 후계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원 궁전에서 나와야 한다. 신성(神性)이 다른 소녀에게로 옮겨간다고 믿음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 쿠마리로 뽑혔던 트리슈나 샤카(11살)는 자리에서 물러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후계자 선발이 시작되면 샤캬족은 딸이 쿠마리로 뽑히길 원해 서로 경쟁하고, 쿠마리로 뽑히면 그의 가족은 사회와 가문에서 높은 지위를 얻게 된다.
네팔 정부도 은퇴한 쿠마리에게 매달 최저 임금보다 다소 많은 110달러(약 15만5천원)를 매달 연금으로 준다.
다만 “쿠마리 출신과 결혼한 남자는 일찍 죽는다”는 미신 때문에 대부분의 쿠마리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다.
한편 유엔은 2004년 아동 조혼과 함께 네팔의 쿠마리 제도를 ‘여성 차별’로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했고 많은 인권 단체도 “어린 소녀를 부모와 사회로부터 격리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난해 왔다.
네팔 대법원도 지난 2008년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도 어린이로서 인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지만, 쿠마리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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