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이 4조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달 6조 원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큰 폭의 상승세다. 반면 가계대출은 증가 폭이 1조 원대로 급격히 둔화했다. 금융권은 정부가 강조해 온 '생산적 금융' 기조가 본격화한 결과로 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기업 대출 잔액은 841조 1,471억 원으로, 전달(836조 8,801억 원)보다 4조 2,669억 원 늘었다. 직전 달 6조 2,648억 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빠른 상승세다. 대기업 대출은 2조 1,415억 원 늘어난 170조 594억 원, 중소기업 대출은 2조 1,245억 원 증가한 671조 877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764조 949억 원으로, 전달 대비 1조 1,964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6월 6조 7,536억 원이 늘어난 뒤 4조 원대, 3조 원대를 거쳐 지난달에는 1조 원대까지 줄었다.
금융권은 이러한 흐름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은행의 부동산 대출 중심 영업 관행을 비판하며 기업 대출을 확대해 자금을 실물경제로 돌리라고 요구해왔다. 6·27 대책으로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기업 금융으로 눈을 돌렸다는 평가다.
일부 은행은 아예 기업 대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내놨다.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80조 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해 전체 대출에서 기업 대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이 갈수록 제한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실적을 내야 한다"며 "기업 대출을 늘리지 않고서는 성장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도 제기된다. 가계대출은 담보가 뚜렷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기업 대출은 경기 상황에 따라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은 연체율 상승으로 직결돼 은행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0.57%로, 2016년 0.78%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을 고려하면 기업 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며 "은행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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