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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경찰이 KT(030200) 무단 소액결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행 도구인 불법 통신장비를 확보하고도 보름이 지나서야 지문감식을 해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장비 구동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잠시 미뤘다는 입장을 냈지만, 현장검증 과정에서 이미 여러 사람의 손을 타 ‘윗선’(총책) 연결고리, 추가 공범 등의 흔적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따르면 지난 1일 이 사건 피의자들이 사용한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에 대한 1차 현장검증을 진행하기 전까지 지문 감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당시 현장감식을 참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해킹사건 태스크포스(TF)의 한 위원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 사건 피의자로 중국 동포 A(48)씨와 B(44)씨를 긴급체포했던 지난달 16일, 경기 평택항에서 범행에 사용한 펨토셀 등을 압수했다. 범행 장비를 확보에 성공하고도 보름 넘게 지문 감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의 현장 보전과 범인 파악을 위한 사진 촬영과 지문 감정은 필수인 까닭에 수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A씨는 지난달 5일부터 한 달 넘게 자신의 차량에 펨토셀을 싣고 돌아다니면서 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윗선과 공범 수사에 결정적 단서가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문 감정 필요성이 더욱 큰 데 범행과 관련된 주요 인물의 흔적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경찰은 논란이 일자 현장검증 후 바로 해당 증거물에 대해 지문 감정을 완료했다. 경찰 관계자는 “펨토셀은 예민한 장비이기 때문에 지문을 채취할 때 장비 안으로 채취용 가루가 잘못 들어가면 스파크가 튀어 망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최대한 원형을 보전했다가 1차 검증이 끝나면 그때 지문을 채취하려고 했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수사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부실 수사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한편 경찰은 현장검증에서 A씨의 시연 결과를 토대로 해당 장비의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해 전문가 검증을 진행했다. 경찰은 A씨가 해당 장비로 어떻게 KT 이용자의 휴대폰을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 등 소액 결제에 성공했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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