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손흥민이 무리 없이 로스앤젤레스FC(LAFC)에 녹아들었다. 단체사진에서도 드니 부앙가와 함께 정중앙에 위치했다.
3일(한국시간) LAFC는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LAFC의 단체사진과 단체사진을 찍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부앙가와 함께 첫 번째 줄 중앙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손흥민이 LAFC에 완벽하게 적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사진을 찍으러 가기 전 카메라를 거울 삼아 용모를 확인하는 콘셉트의 영상이 있었는데, 손흥민은 부앙가와 함께 등장해 얼굴 상태를 확인하는 대신 입을 크게 벌리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잡아삼킬 듯 다가섰다. 지난달 22일 레알솔트레이크전 승리 이후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길에 LAFC 카메라를 향해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던 것과 흡사했다. 옆에 있던 부앙가 역시 손흥민처럼 카메라에 가까이 가 ‘와우’를 외쳤다.
단체사진을 찍는 과정에서도 손흥민은 단연 주목받았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LAFC 선수들은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맞고 있었는데, 사진을 찍다가 손흥민이 손으로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뒤돌아 애런 롱을 바라봤다. 롱 옆에 있던 라이언 홀링스헤드가 건드리자 롱은 이상한 소리를 낸 뒤 사진사 쪽에 있던 관계자를 향해 “누가 소니(Sonny)에게 선글라스 좀 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롱 왼편에 서있던 은코시 타파리도 “손흥민이 햇빛 때문에 눈을 찡그리고 싶지 않아한다. 그의 광대뼈가 지쳐간다”라며 거들었다. 실제로 선글라스가 주어졌던 듯한데, 손흥민은 선글라스를 뒤에 서있던 롱에게 씌웠다.
손흥민은 양 옆에 있는 부앙가와 세르지 팔렌시아의 다리 위에 자신의 다리를 쫙 펴서 올리는가 하면, 반대로 그들이 자신의 다리 위에 다리를 얹게끔 만들었다. 뒤에 있던 롱은 연신 손흥민의 귀와 목덜미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손흥민을 닭살 돋게 만들었다. 홀링스헤드는 손흥민과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는데, 손흥민은 찍힌 사진에 진절머리를 내는 척하다가 홀링스헤드와 포옹했다. 해당 사진은 LAFC 공식 SNS에 공개됐고, 손흥민은 혀를 살짝 내민 표정으로 홀링스헤드와 사진을 찍었다.
손흥민이 경기장 안팎에서 LAFC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증거다. 손흥민은 올해 8월 7일 LAFC에 합류하고 두 달도 안 돼 LAFC 핵심으로 우뚝 섰다. 시카고파이어 원정에서 교체로 데뷔전을 치렀을 때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2-2 무승부를 만들었고, 이어진 뉴잉글랜드레볼루션 원정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마티외 슈아니에르의 득점을 도우며 첫 도움을 기록했다. FC댈러스 원정에서는 전반 6분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으로 데뷔골을 신고했고, 이어진 샌디에고FC와 홈경기에서는 LAFC 첫 패배를 맛봤다.
9월 A매치 이후 스티븐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과 부앙가를 공격 상황에서 나란히 세우는 투톱 형태로 전술을 수정했고,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9월 A매치 이후 4경기에서 LAFC는 15골 4실점으로 화력을 뿜어내며 전승했다. 손흥민이 7골, 부앙가가 8골을 넣어 팀의 모든 득점을 책임졌다. 최근 6경기로 기간을 늘려도 손흥민이 8골, 부앙가가 9골로 팀의 17골을 모두 넣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역사상 17골을 연속으로 넣은 공격 듀오는 손흥민과 부앙가가 처음이다.
두 선수는 9월 A매치 이후 산호세어스퀘이크스전, 레알솔트레이크와 2연전에서 차례로 부앙가, 손흥민, 부앙가가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LAFC를 MLS 최초로 3연속 해트트릭 득점자를 배출해낸 팀으로 만들었다. 또한 부앙가는 손흥민과 함께하며 MLS 역사상 처음으로 3시즌 연속 20골 이상 기록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 축구팬들은 이들의 걸출한 호흡에 ‘흥부 듀오’라는 애칭을 붙였다.
이미 현지 여러 곳에서 찬사가 터져나왔다. 현존하는 미국 최고(最古)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손흥민과 부앙가가 MLS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듀오 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라고 평가했다. LAFC 공동 구단주이자 LAFC 첫 MLS컵 우승을 함께한 조르조 키엘리니는 MLS 공식 프로그램 ‘디스 이즈 MLS’에 출연해 “LAFC는 시즌 초반 많은 승점을 잃었고, 선수단과 팬들에게는 기쁨과 행복이 사라졌다. 손흥민이 그걸 되찾아줬다. 팬들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변화를 줬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MLS 사무국은 손흥민을 매치데이 37 이주의 팀에 선정했다. 이적 두 달 만에 통산 4번째 선정이다. 아울러 MLS는 손흥민과 부앙가에 대한 꼭지를 따로 마련해 “이들을 포함한 그 어떤 듀오도 지난 6경기 동안 손흥민과 부앙가가 이룬 성과에 가닿지 못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LAFC의 공격 듀오가 하는 일을 선보인 듀오는 MLS 역사상 없었다”라며 “지난 6경기 동안 LAFC는 17골을 넣었고, 손흥민과 부앙가는 17골을 넣었다. 그렇다. 정규시즌에서 17골 이상 연속으로 득점한 공격 듀오는 MLS에서 최초”라며 이들의 성과를 찬양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 역시 “역동적이고 기록적인 손흥민과 부앙가 듀오가 로스앤젤레스FC(LAFC)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컵 우승 후보로 만들었다”라며 “지금껏 MLS에서 손흥민과 부앙가와 같은 듀오를 본 적이 없다. 만약 그들이 지금 기세를 MLS 컵 플레이오프까지 이어간다면, LAFC는 상대하기 매우 어려운 팀이 될 것”라고 설명했다.
또한 “손흥민과 부앙가는 이미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서로의 득점에 진정한 기쁨을 표출했고, 서로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사심 없는 노력을 보였다”라며 “손흥민이 합류했을 때, 그가 팀에 잘 적응하고 활약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리비에 지루가 역습 위주 팀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우려스러웠던 것과 달리 손흥민의 경기력은 MLS에 완벽히 적합하다”라고 손흥민을 칭찬했다.
부앙가도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 좋은 사이다. 손흥민과 함께 뛸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보다시피 우리는 서로 잘 맞고 그 결과 팀의 공격이 더 잘 된다. 손흥민은 뛰어난 선수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의 명성은 모두가 안다. 그런 선수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손흥민은 매우 행복해 보이고 우리는 그와 함께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 LAFC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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