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조직 덫에 걸린 70대 노후자금 4억원 지켜
광주경찰 홍보활동 효과…"검사·금감원 사칭은 무조건 범죄"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내가 받은 전화 내용이랑 같네."
지난달 25일 오후 2시께 70대 여성 A씨는 광주 동구 충장로에 있는 한 금 거래소를 다급하게 찾아왔다.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있던 A씨는 다짜고짜 노후 자금 4억원으로 금(골드바)을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A씨는 "서둘러달라"며 금 거래소 업주인 40대 여성 B씨를 다그쳤다.
B씨는 수상함을 감지하고 A씨에게 거래소 한편에 놓인 액자를 조용히 건넸다.
검사·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광주경찰청이 270여개 금은방, 10여개 금 거래소에 배포한 홍보물이었다.
초조하게 액자 속 문구를 읽어가던 A씨는 "이거 난데?"라고 되뇌었다.
자신이 받은 전화 내용이 예방 홍보물의 사례와 유사했다.
B씨는 4억원 상당 골드바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범죄 발생을 직감하고 112에 신고했다.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렸을 수 있는 A씨의 휴대전화 대신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A씨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은 "사기 사건에 연루됐으니 구속 수사를 피하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A씨에게 골드바 구매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원격조종 앱이 발견됐다.
피해자가 112·119에 전화를 걸어도 조직원에게 연결되도록 하는 '강제 발신·강제 수신'(강발강수) 기능이 담긴 앱이었다.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는 범죄를 알고도 신고할 수 없는 이른바 '통신 감옥'에 갇히게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광주경찰은 지난 7월 이후 금 관련 보이스피싱 신고 7건을 접수해 4건을 막아냈다.
피해 예방 금액은 자그마치 8억원으로, 피의자들도 검거했다.
김영근 광주경찰청장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지난 1일 B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광주경찰청은 교묘하고 다양해진 범행 수법에 대응해 수사 부서에 별도로 '피싱팀'을 꾸렸다.
피싱팀은 스미싱·로맨스 스캠·노쇼 등 8가지 유형 가운데 5개를 전담한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3일 "검사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는 전화는 무조건 범죄이니 끊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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