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선 무슨 일이”…'복지병 혼란'에 국가마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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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선 무슨 일이”…'복지병 혼란'에 국가마비까지

이데일리 2025-10-03 08:00: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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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는 또다시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졌다. 200곳이 넘는 도시와 마을에서 교사, 학생, 철도 공무원, 의료계 종사자, 공장 노동자, 예술가, 심지어 은퇴자들까지 거리로 뛰쳐 나와 “모든 것을 차단하라”는 구호와 함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지난달 18일 대규모 ‘국가마비’ 시위 이후 약 2주 만이다.

프랑스가 반(反)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빚더미’에 앉게 된 프랑스 정부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자며 긴축 예산안을 내놓으면서다. 중산층·서민을 위한 복지 예산 삭감을 납득하지 못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정치적 혼란을 넘어 국가기능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일각에선 ‘복지병’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를 주도한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전국적인 파업을 선포하며, 파리·디종·메츠·푸아티에·몽펠리에 등 약 240곳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알렸다. 수도 파리에선 이날 정오까지 외곽에 약 8만 5000명이 몰렸으며, 프랑스 전역엔 경찰 병력 약 7만명이 동원됐다.

노조 지도자들은 “정부가 중산층·서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고 강력 비판하며 공공서비스 지출 확대, 연금 연령 인상 철회, 부유층 세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8대 노동조합이 주도한 전국 총파업의 일환으로 렌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시위 탄압 = 민주주의 위기’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FP)




◇중산층·서민 희생 강요 긴축안에 반발…‘국가마비’ 시위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3조 3450억유로(약 5509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13.9%에 달한다. 유로화 사용 국가들 중 그리스(152.5%)와 이탈리아(137.9%) 다음으로 높다. 연간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의 5.8%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기준(3%)의 거의 두 배다. 재정위기가 부각되며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했고, 국채금리가 상승해 빚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지난 7월 프랑수아 바이루 전(前) 총리는 440억유로(약 72조 5200억원)를 삭감해 재정적자를 GDP의 4.6%로 줄이겠다는 긴축 예산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빚 부담을 떠안는 주체였다. 예산 삭감 대상이 하나같이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복지·공공부문에 쏠렸다. 이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재정지출, 고소득층에 대한 부유세 폐지, 기업들을 위한 법인세 인하 등이 국가부채 증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함께, 중산층·서민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들 입장에서 불필요해 보이는 국방 예산을 예외적으로 증액한 것이나, 종교적·역사적 이유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공휴일을 축소한다는 계획이 기름을 부었다.

결국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야권, 노조,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10일과 18일 두 차례 대규모 국가마비 시위를 강행했다. 특히 18일엔 10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고, 프랑서 전역에서 도로·항만·병원·학교·공장·철도 등 말 그대로 일상 생활과 관련된 국가기능이 전면 마비됐다. 일부 지역에선 무력충돌과 방화 등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바이루 전 총리는 첫 시위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달 8일 불신임으로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하루 만에 세바스티앵 레코르뉘 신임 총리를 임명했지만, 기존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심복’이자 국방부 장관 출신이었던 탓에 긴축 예산안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이날 2주 만에 시위가 진행됐다. 다만 규모나 피해 측면에서 이전보다 파장이 크지 않았다. 레코르뉘 총리가 새 예산안을 내놓을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위대는 바이루 전 총리의 긴축안을 즉각 폐기하라며 레코르뉘 총리를 압박했다.

세바스티앵 레코르뉘(왼쪽) 신임 총리와 프랑수아 바이루 전(前) 총리. (사진=AFP)




◇“복지병 걸려 혜택만 원해” vs “선진국병에 재정 남발”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들이 ‘복지병’에 걸려 재정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복지병은 국민이 일하지 않고 정부가 주는 혜택만 누리려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프랑스의 복지 혜택은 적지 않다. 저소득층·청년·실직자 등에겐 식료품·생필품 지원뿐 아니라 장기임대 아파트·주택이 저가 혹은 무료로 제공된다. 대학생도 월세·교통비·장학금 지원 외에 기숙사와 식당을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 실직자는 최종 임금의 60~75% 수준을 최장 2~3년 받을 수 있고, 일하지 않더라도 성인이면 매달 약 600유로(약 100만원)가 기본 소득으로 나온다. 이외에도 자녀 수에 따라 가족수당, 자녀수당이 매달 지급된다.

이에 따른 복지 비용은 GDP의 31%에 달한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사회보장 적자가 150억유로(약 24조 7300억원)를 넘어섰으며, 2028년에는 240억유로(약 39조 5600억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사상 처음으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급불능 상황까지 우려된다”고 했다. 재정으로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유럽 제2의 경제대국 프랑스의 사회보장 제도는 올해로 80주년을 맞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구조 개혁 없이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오히려 정치인들이 ‘선진국병’에 걸려 재정을 펑펑 끌어다쓴 탓이라거나,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AFP)




◇마크롱, 임기 18개월 남았는데…“벌써 리더십 위기”

마크롱 리더십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할 총리의 잦은 교체가 ‘실패한 정부’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마크롱 2기 정부 출범 이후 불과 20개월 만에 총리는 무려 5차례나 교체됐다.

이에 전직 관료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받기 위해 서로 돌아가며 ‘총리직 놀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교육부 장관이었던 가브리엘 아탈이 돌연 총리 자리에 앉는가 하면,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는 임기를 3개월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선 정부 각료를 지내면 재임 기간과 관계 없이 평생 동안 고액 급여 및 각종 복지 혜택이 제공된다. 정치 지도층의 실정(失政)이 국가부채 원흉으로 지목됐음에도 바이루 전 총리의 예산안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전혀 건드리지 않아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결과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7년 5월 임기 만료까지 18개월을 남겨둔 상황에서 사실상 ‘레임덕’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 지도자들이 시위를 벌일 때마다 “진짜 장애물은 엘리제궁(대통령실)에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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