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리스미스 의식 3부작 완결편 '생명의 여정'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태양계 다른 행성들과 달리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대기 중에 산소가 풍부하다는 점을 꼽는다.
그런데 이 산소는 처음부터 지구에 풍부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38억 년 전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지구에 있었고 이들이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내뿜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남세균의 산소 배출은 지구 대기를 근원적으로 바꿨고, 동물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우리는 보통 지구라는 행성이 생명체를 만들고, 그 생명체가 지구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명의 여정'(이김)을 쓴 피터 고프리스미스는 생명체의 활동이 지금의 지구 환경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남세균이 산소를 방출해 다른 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식물의 뿌리는 토양을 안정화하고 강의 흐름을 바꿨으며 뿌리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은 주변 환경을 변형시킨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자연 풍경은 실제로는 수억 년에 걸쳐 이어진 식물들의 치열한 생존 전략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생명체는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은 농업을 통해 식물과 동물의 진화를 직접 조작하고, 각종 건축으로 지구 표면을 변화시켰다. 산업혁명 이후로는 대기와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인간에 대해 38억년 지구 생명사(史)에서 처음으로 행성 전체의 미래를 의식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단일종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인간은 이런 막대한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저자는 단순히 기존의 환경 담론에서 제시하는 죄책감이나 환경 파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과 유대감을 갖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 '아더 마인즈'와 '후생동물'에 이은 일명 '의식'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작가는 '아더 마인즈'에서 문어를 통해 의식의 기원을 탐구했고, '후생동물'에서는 여러 생명체가 자신들의 생각을 펼치며 살고 있다는 점을 살펴봤다.
그리고 '생명의 여정'에서는 모든 생명체를 지구라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 건축가'로 보자고 강조한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남세균의 선물이고 우리가 딛고 선 토양은 식물들이 안정시킨 것이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는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송찬 옮김. 4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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