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곳곳 철근 노출, 내·외벽 균열…44곳 보수·보강 필요
시장 건물, 소유주만 80여명…안전문제 논의 간담회조차 못 열어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올해로 55년 된 대구 서구 새길시장 건물이 국토안전관리원 안전 점검에서 2회 연속 최하 등급을 받았지만, 소유주만 수십명인 탓에 보수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일 서구 내당동 새길시장.
연면적 2천922㎡ 지상 2층 규모의 새길시장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시장 건물에 들어서자 철근이 그대로 드러난 천장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외벽과 내벽 곳곳에는 수직으로 균열이 있었고 전선들은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지상 2층에서 옥상으로 연결된 계단은 난간도 없어 안전사고 우려도 높아 보였다.
장성열 새길시장 상인회장은 "건물이 오래돼서 걱정은 되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길시장은 1970년 문을 열었으며 상인 40여명이 이곳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하루 평균 250명의 손님이 찾는 소규모 시장이다.
새길시장은 2021년에 이어 올해도 국토안전관리원 안전점검 결과 '불량' 등급을 받았다. 불량은 4단계 안전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이번 점검에서 평가항목 11개 중 8개가 미흡 혹은 불량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내·외벽과 계단 등 44곳이 보수나 교체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점검 보고서상에서 국토안전관리원은 "건축물 내구성 저하와 붕괴로 인한 대형인명사고의 우려가 있다"며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보강 또는 개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서구가 2021년 민간 업체에 용역 의뢰한 정밀안전진단에서도 새길시장은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D'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서구에 따르면 새길시장은 수년째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만 80여명으로 알려져 보수 공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수 공사를 진행하려면 한명씩 동의가 필요한 데 그동안 안전과 관련된 간담회조차 한번 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구는 국토안전관리원의 안전점검 결과를 각 소유주에게 등기로 보냈지만, 건물 보수공사를 위한 동의를 받는 작업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서구는 5억원을 들여 낙하물을 막아주는 지붕과 외벽 도색 작업을 지난해 마쳤으며 이외에도 안전 안내 현수막을 부착하는 등 안전 문제를 우려해 여러 조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안전관리원이 권고한 안전 기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구 관계자는 3일 "자체 예산만으로 시장 보수 공사를 진행하기는 힘들다"며 "올해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종일 서구의원은 "현실적으로 시장이나 구가 사업을 직접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대구시나 관련 중앙부처가 해당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hsb@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