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2년 7개월이 넘은 가운데 장비 부족 등을 이유로 기마부대까지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2일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국경 건너편의 로스토프나도누 인근 기지에서 촬영된 기마 훈련은 징집병들이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유탄 발사기를 다루며 진흙탕을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기마 부대는 능동적인 돌격 작전을 위해 설계됐다.
말 한 마리에는 두 명의 병사가 등에 올라타 한 명은 총기를 발사하고 다른 한 명은 말을 모는 역할을 한다.
신문은 이같은 전술은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사용 확대로 차량 등이 파괴된데다 드론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 분석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19세기 전쟁으로의 절박한 복귀라고 묘사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만은 “말은 엔진보다 조용하고 드론이 발견하기 어렵지만, 현대식 포병이나 대전차 미사일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방 정보부는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 차량 손실이 1만 5000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말을 투입했다는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올해 3월 우크라이나 정찰병들은 러시아군이 아브디이우카 인근 지역에서 말과 당나귀를 이용해 탄약과 부상자를 수송하는 모습을 보고했다.
2월에 공개된 한 영상에는 포탄을 잔뜩 실은 당나귀 한 마리가 보급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당나귀를 조종하는 사람은 1인칭 자폭 드론(FPV)을 피하고 있었다.
도청된 한 라디오 메시지에는 “국방부에서 트럭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당나귀를 보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전했다.
러시아는 차량 손실을 메우고 드론 공격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체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해 중반부터 하르키우와 도네츠크 인근 지역에 RPG 발사기를 장착한 오프로드 오토바이를 신속하게 투입했으나 우크라이나의 집속탄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2022년 10월 라이먼에서는 순찰을 위해 자전거와 스쿠터를 이용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올해 4월까지 이 전술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토바이 돌격 실패 사건을 본떠 ‘가미카제스쿠터 부대’로 불렸다.
볼로디미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기병대의 부활을 비웃으며 텔레그램에 “T-90 전차에서 조랑말까지, 푸틴의 제국이 전속력으로 뒤로 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 제9차량화소총여단의 돌격부대가 새로 편성된 기병부대와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계획은 ‘슈토르미’ 분견대 사령관이 추진했는데 그는 작전 지역에 널리 매설된 자기 지뢰로 인해 차량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해 기병 부대를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은 인간보다 훨씬 더 민감해 말발굽을 착용하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자석 지뢰를 밟지 않고 금속에만 반응하는 지뢰가 있는 등 지뢰 매설 지역에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말은 전투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총소리, 폭발음, 전장의 혼란스러운 소리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해야 한다.
현대전에서도 말, 노새, 심지어 낙타가 활용되고 있다. 차량의 활용이 어렵거나 은밀성과 기동성이 매우 중요한 특수 임무에 기마 부대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따라 기마 순찰대를 활발하게 배치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습지대 때문에 차량 이동이 제한적이다.
독일 미국 중국 칠레도 기마 부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외딴 지역이나 험준한 지역에서 정찰이나 은밀한 특수 작전을 수행한다.
올해 1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의 전 보좌관 안톤 게라셴코가 X(옛 트위터)에 공유한 영상에서도 러시아 군인들이 말을 타고 훈련하며 대화하는 장면이 소개됐다.
이 영상은 도네츠크 지역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하원 국가두마 국방위원회 위원인 빅토르 소볼레프 중장은 러시아 신문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군이 당나귀를 이용해 탄약, 식량, 기타 장비를 최전선으로 운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볼레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장비를 운반하기 위해 말과 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소볼레프는 “돌격대와 공격집단 등을 포함한 부대와 하위 부대에 탄약, 군사 기술 장비, 식량을 제공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이 있다”며 기마부대 투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게라셴코는 “세계 제2의 군대의 영광 그 자체다. 러시아 제국 시대로 회귀한 듯한 모습인데 기병대를 갖추고 소수 민족 대표들을 총알받이로 징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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