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결정전 무산 아쉽지만, 2위로 2007년 이후 18년 만에 PO행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화 이글스는 1위 결정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암초에 걸려 쓰러졌다.
하지만, 한화가 멈춰 선 지점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2위'다.
한화가 다시 비상할 기회도 있다.
한화는 프로야구 2025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쳐,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따냈다.
한화가 PO 무대에 오르는 건,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2007년에 한화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PO 무대에 섰다.
올해에는 PO로 직행해 상대를 기다린다.
한화가 5전3승제 PO에서 승리하면,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다.
LG 트윈스가 기다리는 KS 무대에 올라 정상에 오르면, 1999년 이후 26년 만에 KS 우승 트로피를 든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지만, 올해 한화는 이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지난해 12월 류현진, 채은성 등 한화 고참들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겨울 바다'에 입수했다.
사실 한화는 오랫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한 팀이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가을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8년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해 준PO에 나섰지만,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막혀 PO에는 진출하지 못했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8∼10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올 시즌 초에도 한화는 4월 9일까지 최하위(10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4월 26일 대전 kt wiz전부터 5월 11일 고척 키움전까지 12연승을 거두며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한화가 12연승을 거둔 건,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14연승) 이후 33년 만이었다.
한화는 7월에도 4일 고척 키움전부터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10연승을 거뒀다.
'단일 시즌 10연승 2회 달성'은 1985년 삼성 라이온즈 이후 무려 40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한화는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를 선두로 마감했고, 6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단독 선두를 지켰다.
7월 말에 2위 LG와 격차를 5.5게임 차로 벌리며 정규시즌 우승의 꿈에 다가가는 듯했다.
하지만, LG가 후반기에 무섭게 질주했다. LG는 8월 5일에 선두를 탈환하더니, 8월 7일부터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페넌트레이스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화에도 마지막 기회가 왔다.
한화는 9월 29일 LG를 꺾고, 30일 롯데 자이언츠도 제압했다.
LG는 정규시즌 우승 확정 매직넘버 1을 남기고, 29일 한화, 30일 두산, 1일 NC 다이노스에 3연패를 당했다.
한화가 10월 1일 SSG 랜더스, 3일 kt를 연파하면 LG와 승, 패, 무가 같아져 '1위 결정전'이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1일 SSG전에서 5-2로 앞선 9회말 2사 후 현원회, 이율예에게 연속해서 투런포를 얻어맞아 5-6으로 역전패했다.
한화의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장면이었다.
마무리 김서현이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 놓고 무너져 상처는 더 깊었다.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올해 정규시즌에서 한화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막판까지 선두 다툼을 했고, PO 직행 티켓이 걸린 2위를 차지했다.
한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83승(57패 3무)으로, 구단 최다승(종전 1992년 81승 43패 2무) 기록을 바꿔놨다.
신축구장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를 홈으로 쓴 첫해, 73경기에서 62차례나 만원 관중이 들어찰 정도로 대전은 '야구 도시'로 거듭났다.
코디 폰세는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252탈삼진을 올리며 KBO리그 마운드를 지배했다. 폰세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0.944), 투수 부문 4관왕을 예약했다. 유력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이기도 하다.
라이언 와이스도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 207탈삼진으로 '1선발 같은 2선발' 역할을 했다.
최고 시속 161㎞의 광속구를 던진 문동주도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1승(5패, 평균자책점 4.02)을 올렸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21세기 한국인 최고 투수' 류현진은 9승 7패, 평균자책점 3.23으로 호투했다.
33세이브나 올린 마무리 김서현도 김경문 감독이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고마운 선수'다.
하지만, 김서현은 전반기에 평균자책점 1.55로 호투하다가 후반기에 평균자책점 5.68로 고전했다.
내일이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하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한화 코치진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PO 직행으로 얻은 여유는 김서현을 포함한 한화 투수들에게 약이 될 수 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한화는 타선의 약점을 투수진의 힘으로 극복하며 2위에 자리했다.
PO 1차전은 16일 한화의 홈 대전에서 열린다.
한화 투수진이 2주 동안 힘을 되찾으면 가을 무대에서도 독수리의 고공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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