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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포스코, 철강그룹에서 복합소재·인프라 그룹으로
제2회 철강은 여전히 강한가, 쇠퇴하는가
제3회 포스코퓨처엠(이차전지·소재)의 도전
제4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연결고리
제5회 포스코이앤씨(인프라·건설) 의 재발견
제6회 역대 회장의 경영학
제7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1)
제8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2)
제9회 포스코, 철강 이후를 설계하다
제10회 고 박태준 창업자 오늘에 주는 메시지
1973년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흘러나오던 순간은 한국 산업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었다. 국가 재건의 상징, 산업화의 전초기지, 그리고 이후 수십 년간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 순간이었다. 고 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창업 세대가 “제철보국”을 외치며 밀어붙인 이 프로젝트는 당시만 해도 ‘불가능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고, 포스코는 이후 세계 무대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꼽히며 한국을 선진 공업국 대열에 올려놓았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포스코의 철강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과 다르다. 세계 최고의 영예를 누리던 시절은 이미 지난 듯 보인다. 최근 일본경제신문은 ‘한국 철강업계를 덮친 삼중고’라는 제목으로 현장 르포를 내보내며, 포스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전했다. 기사에서 묘사된 현실은 무겁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은 내수를 잠식하고, 트럼프 2.0 행정부의 철강 관세는 수출길을 막는다. 여기에 한국 내 조선, 자동차, 건설 산업의 경기 둔화는 수요 기반을 약화시켰다. ‘철의 도시’로 불리던 포항과 광양에서 체감되는 침체 분위기는, 포스코의 상징적 위치를 되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연 포스코의 철강은 여전히 강한가, 아니면 쇠퇴의 길에 접어든 것인가.
포스코의 과거 영광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2000년대 들어 세계철강다이내믹스(WSD)가 발표하는 글로벌 철강사 경쟁력 평가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철강의 삼성전자”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광양과 포항의 초대형 일관제철소는 세계적 모범으로 꼽혔고, 원가 경쟁력과 효율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자동차, 조선, 건설에 이르는 고객 네트워크는 굳건했고, 한국 철강의 이름은 곧 포스코였다.
하지만 최근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쟁 구도는 이미 바뀌었다. 중국의 바오우강철은 1억 3천만 톤이 넘는 조강 생산으로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일본제철은 U.S. Steel 인수로 북미 시장을 장악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유럽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를 서두르며 ‘친환경 전환’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3천7백만 톤대 생산으로 세계 8위에 머물며 과거의 위상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히 생산량의 문제만이 아니다. 철강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도전이다.
예전에는 값싼 철강을 얼마나 대량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스마트 공정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가 승부처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 수출기업들에게 무거운 부담이 된다.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보고하고 비용을 내야 하는 제도는, 아직 저탄소 인증체계와 보고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포스코에 뼈아픈 과제다.
포스코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독자 기술인 HyREX를 통해 수소환원제철에 도전하고 있으며, 일부 제철소에는 인공지능과 IoT를 결합한 스마트 공정을 도입했다. 지난 4월에는 파일럿 플랜트에서 수소를 활용해 용선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상업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수십조 원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없이는 꿈에 그칠 수 있다. 일본제철이 COURSE50과 H2-DRI라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며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바오우강철이 CCUS와 EAF, 대규모 DRI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과 비교하면, 포스코의 행보는 아직 속도와 규모에서 뒤처져 있다.
재무적 여력도 문제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소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은 ‘포스트 철강’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철강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분산된다. 일본제철이 글로벌 M&A를 통해 시장과 고객 기반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반면, 포스코는 여전히 내수와 주변 시장에 머무르며 신흥국 합작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외연 확장에서 전략적 대담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문제는 포스코 단독으로는 이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럽 철강사들이 수소환원제철 전환 과정에서 정부와 공동 펀드를 조성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처럼, 한국도 정부와 포스코가 손을 잡아야 한다. K-그린스틸이라는 국가 전략이 발표되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 지원과 금융 패키지는 부족하다. 철강산업을 단순히 전통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과감한 공동 투자가 필요하다.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도 시급하다. 일본제철이 U.S. Steel 인수로 미국 시장을 사실상 ‘내부화’한 것처럼, 포스코도 동남아, 인도, 중동 등에서 합작과 인수를 통해 새로운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수소와 에너지원이 풍부한 중동국가와 손잡고 ‘그린 제철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면, 수소환원제철의 원료 공급과 시장 확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생산성 혁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중국과 인도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가 철강과 맞서려면, 단순히 친환경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원가 경쟁력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전 공정을 아우르는 스마트 제철소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AI가 공정을 최적화하고 IoT가 설비를 예측 관리하며, 빅데이터가 원가 구조를 분석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친환경+저비용+고품질”의 삼박자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포스코의 강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 자동차, 조선업과 긴밀히 연결된 공급망은 경쟁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자산이다. 그룹 차원의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철강을 넘어 ‘Green Materials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철강과 소재를 결합한 친환경 종합 기업이라는 포지셔닝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포스코의 미래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점차 경쟁력을 잃고 ‘중견 철강사’로 남는 길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존재감이 약화되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친환경 전환과 글로벌 확장을 결합해 다시 ‘세계의 철강사’로 부상하는 길이다. 후자의 길은 어렵고, 위험하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1970년대 불모지에서 기적을 일으킨 한국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전례가 있다면, 또 한 번의 혁신 신화를 써내려갈 수도 있다.
포스코의 철강이 여전히 강한가, 쇠퇴하는가, 아니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한국 산업 전체에 던져지는 물음이다. 철강은 여전히 국가 제조업 경쟁력의 뼈대이자 글로벌 산업 패권의 기반이다. 포스코가 친환경·스마트 전환과 글로벌 재확장을 달성한다면 쇠퇴가 아니라 재도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탄소국경조정제도를 뜻하는 무역관세제도)은 곧 다가오고, 미국의 보호주의는 더 강해지고 있으며, 중국의 저가 공세는 멈추지 않는다. 포스코가 다시 뜨거운 쇳물처럼 세계를 달굴 수 있을지, 지금이 바로 그 시험대다.
[포스코 vs 일본제철 vs 중국 바오우강철]
한국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재 유입, 트럼프 2.0의 관세 강화, 내수 경기 둔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세계 철강 톱3 기업의 현주소를 비교해보면, 포스코는 ‘친환경 전환’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고, 일본제철은 M&A를 통한 글로벌 확장을, 바오우강철은 압도적 규모와 속도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이 지적한 삼중고는 한국 철강업계가 “가격 경쟁의 시대에서 기술·정책 경쟁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포스코는 HyREX 기반 그린제철로 새로운 명분을 찾고 있지만, 내수 침체와 대외 장벽 앞에서는 체력이 약하다. 반대로 일본제철은 미국 U.S. Steel 인수로 ‘현지화 방패’를 마련했고, 중국 바오우는 정부 지원을 앞세운 규모·속도 경쟁으로 앞서가고 있다. 결국 한국 철강산업이 다시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되찾으려면, 친환경·스마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도 글로벌 시장 재확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성공으로 친환경 전환의 씨앗은 확보했지만, 자금·시장 확장·스마트화 측면에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세계 철강 톱티어(최상위)로 복귀를 위해서는 정부와 공동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 AI 기반 스마트 제철소 전환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포스코>< pan>포스코><>, 세계 철강 톱티어(최상위)로 복귀하려면
[한국 철강업계 덮친 삼중고…중국 철강 유입·트럼프 관세·냉각된 ‘철의 도시']
(2025/8/27 일본경제신문 전자판 '현장르포' 내용을 보니...)
【서울=마츠우라 나미】 한국 철강업계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 침체와 저가 중국산 철강재 유입에 트럼프 관세까지 겹쳤다. 국내 최대 포스코홀딩스와 2위 현대제철은 과거 주력 공장을 폐쇄·휴업하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되고 있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세계 철강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이 업계는 미중 간 구조적 요인에 휘둘리고 있다.
“철강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강화책을 논의한다.”
8월 중순, 한국 최대 철강업 집적지인 포항시에서 정부가 이례적으로 관민 합동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모인 이들은 해당 시에 본사를 둔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해 중소 철강 제조사 등 총 6개사 담당자와 포항시장 등 지자체 관계자였다. 각자 어려운 표정으로 곤란한 사정을 호소했다.
포항은 일본 야하타제철(현 일본제철) 등의 협력 아래 1973년 포스코의 전신인 국영 포항종합제철이 한국 최초의 고로를 가동하며 산업도시로 번성했다. 관련 산업이 확산되며 지역 고용뿐 아니라 한국 경제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그 포항을 향해 정부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검토하며 산업 보호 정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지역이 조급해하는 이유는 잇따른 철강사들의 사업 축소 때문이다. 최근 각사가 계속해 온 감산 체제에 더해 포스코는 2024년 7월 국내 최초의 일관제철소 일부인 포항 제1제강공장을 폐쇄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45년간 가동한 선재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제철도 6월 포항 제2공장을 무기한 전면 휴업하고 수백 명 규모의 조기 퇴직 모집 및 타 공장 전근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철강 부문의 4~6월 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4조 8790억 원(약 1조 5700억 엔)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비 하락 등 외부 요인으로 영업이익은 2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2~4%의 낮은 이익률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제철도 4~6월 영업이익이 1018억 원으로 3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으나 매출액은 2% 감소했다.
양사 모두 판매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4~6월 포스코는 지표가 되는 탄소강 1톤당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9% 하락했고, 현대제철은 H형강이 5% 떨어졌다.
원인은 저가 중국 철강의 유입이 크다. 중국 경기 둔화가 두드러진 20년 이후 수출량이 증가했으며, 현지 전문지 상하이 메탈 마켓에 따르면 25년 상반기 수출량 전체의 6%가 한국으로 향했으며, 베트남(8%)에 이어 2위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4년 중국 철강 수출 가격은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같은 해 10월 이후 톤당 4000위안(약 8만 원)으로 한국 탄소강보다 20% 정도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는 2024년 말, 중국에서 1990년대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설립한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체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26년 3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현지 판매가 늘지 않고 적자가 지속되기 때문으로, 해당사는 “중국의 공급 과잉은 구조적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도 결산 설명회에서 “불공정한 수입재 유입”이라며 중국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요한 한국의 내수 역시 부진하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수요처인 건설업계의 수요가 둔화됐다. 건설투자는 2024년 하반기부터 크게 감소했으며, 한국은행(중앙은행)은 25년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관세가 경영 환경에 추가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6월 수입 철강에 대한 추가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 감소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정부는 냉장고나 변압기 등 가공 제품도 관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국 철강 업체들은 국내 고객이 가공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 타격은 피할 수 없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의 전환에 활로를 모색한다. 한국 정부는 고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2030년까지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철광석에 포함된 산소를 제거할 때 코크스(찐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일본제철 등도 해당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외 투자도 추진한다. 포스코는 8월 인도 대기업 JSW 그룹과 일관 제철소 건설 협업의 구체적 방안을 발표했다. 2024년 10월에 발표했던 초기 계획보다 100만 톤 많은 연간 600만 톤의 조강 생산량을 목표로 한다. 호주에서의 투자도 추진하며, 8월에는 와이라 제철소 인수를 목표로 하는 기업 연합에 합류했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 그룹으로서 미국에서 총액 58억 달러(약 8600억 원)를 투자해 전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EV) 등 수요가 왕성한 미국에서 관세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포스코도 투자자로서 제철소 지분을 보유해 운영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요가 왕성한 지역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은 한국 기업들에게 경쟁사인 일본 제조사와도 유사하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위협을 공유하는 일본과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면서도 어떻게 독자적인 기술력을 높일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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