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다가오면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과 함께 늘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한과다. 기름에 튀겨 조청을 입힌 유과, 고소한 깨강정, 꿀에 절여 달콤함을 머금은 약과 같은 전통 과자는 오랫동안 명절을 대표하는 음식이었다. 조상에게 올리는 제물로 쓰였고,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요즘 한과는 단지 ‘옛날 과자’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 세대가 먼저 찾는 간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약과 열풍이 불면서 한과가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카페에서는 약과를 크림치즈와 곁들여 디저트로 내놓고, 강정은 초콜릿이나 말린 과일과 섞어 새로운 맛으로 변주된다.
추석을 앞둔 지금, 백화점과 온라인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물세트 중 하나가 여전히 한과라는 사실은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한과는 명절의 상징이자, 동시에 새로운 세대가 즐기는 디저트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한과의 역사와 의미
한과는 곡물, 꿀, 조청, 기름, 과일 등을 재료로 만든 한국의 전통 과자다.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전해지며, 고려와 조선 시대에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당시 궁중에서는 귀한 손님을 맞이하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할 때 한과를 내놓았고, 사대부 가문에서도 혼례나 제례 같은 중요한 행사에 빠지지 않았다.
명절마다 차례상에 오르던 한과는 간식이 아닌, 의례와 격식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한과’라는 이름에는 한국 고유의 과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의 과자와 구분하기 위해 불린 이름이지만, 동시에 우리만의 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한다.
쌀과 보리, 콩 같은 곡식을 가루로 만들어 반죽하고, 꿀이나 조청으로 단맛을 더한 뒤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내는 방식은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살린 조리법이다. 당시 귀한 재료였던 꿀을 넉넉히 사용했다는 점에서 한과는 먹거리를 넘어 부와 정성을 상징했다.
종류와 특징
한과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유과다. 찹쌀을 반죽해 발효시킨 뒤 기름에 튀기고, 조청에 버무려 겉에 고물을 묻힌다. 고물은 콩가루, 깨, 잣가루 등을 사용해 다채로운 색과 맛을 낸다. 바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강정은 볶은 곡식이나 견과류를 조청과 섞어 굳힌 것으로, 깨강정, 콩강정, 땅콩강정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하다. 고소하면서도 단단한 식감이 특징이다. 한입 크기로 잘라 먹기 좋아 잔칫상에 자주 올랐다.
약과도 빠지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에 참기름, 꿀, 술을 넣어 모양을 내고 기름에 튀긴 뒤 다시 꿀에 재 만드는 과자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 덕분에 궁중과 서민 모두 즐겼다. 최근에는 약과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디저트로 인기를 끌며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정과는 과일이나 뿌리채소를 꿀이나 조청에 절여 만든 것이다. 대추 정과, 유자정과, 생강정과 등이 대표적이다. 저장성이 뛰어나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도 쓰였다. 다식은 콩가루, 쌀가루, 깨가루 등을 꿀에 반죽해 틀에 찍어낸 과자다. 모양과 색이 다양해 차와 함께 내기 좋았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한과도 발달했다. 전라도는 편강이 유명하고, 경상도는 쌀강정이 발달했다. 계절마다 다른 제철 재료를 사용해 각양각색의 맛을 낸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한과는 조리법과 재료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뉘며, 우리 식문화의 폭 넓음을 보여준다.
현대적 재해석과 즐기는 방법
한과는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랑받는다. 백화점과 시장은 물론 온라인몰에서도 다양한 한과 세트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추석 선물 세트는 여전히 한과가 중심을 차지한다. 윗세대에게는 정성을 담은 선물로, 젊은 세대에게는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먹거리로 의미가 크다.
최근에는 웰빙을 중시하는 흐름과 맞물려 한과가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거나, 설탕 대신 올리고당·아가베 시럽 등을 사용해 부담을 줄인 제품들이 등장했다.
카페나 디저트 전문점에서는 한과를 현대적으로 변주한다. 약과에 크림치즈를 곁들이거나, 다식을 미니 사이즈로 만들어 커피와 함께 내는 식이다. 강정은 초콜릿이나 건조 과일을 더해 색다른 맛을 낸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곡물 튀밥과 조청으로 간단한 강정을 만들 수 있고, 꿀과 잣을 이용하면 정과 못지않은 달콤한 간식을 완성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유과 반죽을 튀겨 고물을 묻히는 과정은 놀이처럼 즐겁다.
한과는 일상 속 간식이자 카페 디저트로,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지닌 한국 고유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추석을 맞아 먹는 한과 한 조각에는 오랜 시간 쌓인 세대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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