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열병식은 최초 공개된 신무기와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명품 무기들로 눈길을 끌었다.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지상을 달렸고, ‘차세대 무인항공기’ 스텔스 무인기가 처음 등장해 위용을 뽐냈다. 하늘을 가른 항공 전력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MAH)로 시작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대미를 장식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 강군’이 이날의 메시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방국의 무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최첨단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 잠수함을 수출하는 방위산업의 강국으로 거듭났다”면서 77년 국방 역사를 되돌아보고 ‘자주국방’ 실현을 선언했다. 현 정부 국정과제의 한 축을 이루는 방위산업 육성은 국내 빅4 기업에게도 기회다. 다만 급격한 성장 뒤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정부가 ‘방산 수출 4대 강국’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K-방산 도약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화그룹이 있다. 한화 방산 3사로 불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이 누리호 발사체를 비롯해 K9 자주포, 장보고-Ⅲ 잠수함, 레이저 요격체계까지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넓히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방산의 중심축이다. 방산 매출이 절반을 넘고, 지상 체계·미사일·우주 발사체까지 확장하며 사실상 한화 방산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K9 자주포는 이미 10여개국에 수출됐고, 최근 노르웨이 24문 추가 계약으로 유럽 점유율을 넓혔다. K9A2는 자동 장전으로 분당 9발 이상 발사가 가능하며, K9A3는 무인 운용까지 내다본다.
천무는 폴란드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 생산·정비 체계를 구축, 단순 수출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레드백 장갑차는 호주에, 아리온스멧은 미국 성능시험에 도전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방공·미사일 방어에서도 L-SAM-II 개발 참여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특히 우주 부문에선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전담해 온 누리호 발사는 내달 27일 예정된 4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간 최초로 총괄 제작한 발사체로 진행된다. 국가 전략사업인 우주 발사체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첫 사례로, 항우연에서 한화로 기술 이전이 이뤄지면서 정부 주도에서 민간 체계종합기업 중심으로 전환되는 상징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해양 방산은 한화오션이 책임지고 있다. 한화는 2023년 5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며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인수 초기 적자에 시달렸지만 잠수함·수상전투함 패키지로 동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수 1년 만에 미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실제 한화오션은의 3000t급 장보고-Ⅲ 배치-II 잠수함은 AIP·리튬이온 배터리·수직발사관까지 갖춘 모델로, 실전 배치 이력까지 확보했다. 초계함과 무인 기뢰전 체계까지 패키지로 묶어 단순 조선소를 넘어 ‘해군력 파트너’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주력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미 해군이 노후 수상함·잠수함 교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 조선소의 역량 부족을 메울 대안 공급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로 미국 내 기반을 확보했다. 앞으로 일정·품질 관리 능력이 추가 입증된다면 수십조원대 프로젝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넘어야 할 산도 높다. 국내 해군 전력 중추를 담당할 차세대 무기체계 KDDX 사업 수주를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KDDX 사업은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갖춘 한국형 구축함 6대를 건조하는 해군 전력화의 일환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80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여기에 방사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년 가까이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수행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방사청이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제재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한화오션에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다는 해석이 뒤를 잇고 있지만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결정에 반발한 HD현대중공업은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화오션의 경쟁력이 사태 해결은 물론 미래 국방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방산 3사 가운데 규모는 작지만 기술적 상징성이 뚜렷하다. 전차·자주포에 장착되는 능동방호체계(APS)와 드론·소형 무인기 요격용 레이저 무기 ‘천광’을 앞세워 미래 전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APS는 적 대전차 로켓과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체계로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다. 계획대로 내년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은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 실전 배치 국가로 불리게 된다. ‘천광’은 발사당 비용이 2000원 수준에 불과해 드론 위협이 급증하는 전장 환경에서 차세대 요격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수주 경쟁에서는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천궁-Ⅲ, 전자전 항공기, 블랙호크 개량 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LIG넥스원에 밀리며 실적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한화오션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업계에선 실적과 레퍼런스 부족이 한화시스템의 약점으로 꼽히지만, APS와 레이저 무기 체계가 성공적으로 개발·실증된다면 ‘작지만 강한 기술기업’으로 반전할 가능성도 점쳤다.
전문가들은 한화 방산 3사의 성과 지속을 위해선 ‘체급 확대’와 ‘선택과 집중’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계열 통합, 한화오션의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결국 규모와 시너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상지대 군사학과 최기일 교수는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은 합병과 통합으로 규모를 키우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화도 에어로스페이스와 오션을 통해 체급을 넓혀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 대형화·통합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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