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한국 수입차 시장 지형도가 바뀐다. 미국발 고율 관세와 환율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전기차(EV) 및 하이브리드(HEV) 중심으로 완성차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내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자 하이브리드 신차 모델로 승부를 보거나 아예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는 브랜드도 있다.
일례로 한국토요타와 르노코리아의 경우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를 확대하며 국내 소비자층 붙잡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포드와 한국GM 등은 신차 부재와 노조 갈등, 본사 정책 한계 속에서 철수설에 휘말리며 입지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구조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토요타·르노 철수 위기서 전략 전환 성공
한국토요타는 불과 5~6전까지만 해도 국내 판매 부진으로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는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을 주축으로 전략을 명확히 하며 상황 반전에 성공했다.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토요타코리아의 판매량은 약 6162대로 전년 동기(6281대)와 비슷한 추이를 보였으며 지난 2023년(5333대) 보다 대비 15% 늘었다. 대표 차종인 ‘라브4 하이브리드’와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등이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렉서스코리아도 2025년 1~8월 누적 판매량이 1만212대로, 전년 동기보다 14.9% 증가하며 한국 수입차 시장 4위를 차지했다. 이 중 ES300h는 4247대, NX 3109대, RX 1527대 등 하이브리드 라인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전기차 충전망 부족과 배터리 수명 불안으로 순수 전기차 구입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가 ‘중간 단계 친환경차’로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는 방증. 토요타의 전략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요타자동차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 신차 공급 물량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르노 역시 전략의 초점을 하이브리드차에 맞추면서 국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의 견인누적 내수 판매량은 약 2만9000대에 달한다. 이 중 하이브리드(이테크) 모델의 비중이 80%를 넘는다. 해당 모델을 통해 르노코리아는 지난 8월 국내 SUV 시장에서 브랜드 성장률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대비 내수 실적은 186.5%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르노는 장기적으로 유럽 본사의 전기차 투자에 발맞추되, 한국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장을 통해 수요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비중을 급격히 확대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가 늦고, 동시에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을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드, 신차 공백과 판매 하락세···철수설 현실화?
반면 포드코리아는 끊임없이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SUV 중심의 라인업으로 한때 두각을 나타냈지만 최근 3년간 신형 머스탱·신형 익스플로러를 선보인 것 외에 이렇다 할 신차 출시가 없는 상태다.
특히 올해 1~8월 포드링컨 판매량은 지난 2023년 1~8월 총 3199대에서 지난해 4294대로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4171대로 소폭 하락했다.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도 한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며 지난해 판매량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의 부족, 본사 차원의 장기적 전략 부재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포드코리아 측은 철수설을 일체 부인하고 있다.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익스플로러 신형 쇼케이스에서 “신형 머스탱, 노틸러스에 이어 신형 익스플로러 론칭까지, 이만큼 투자하고 한국에서 나가겠느냐. 한국 시장서 철수할 일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GM, 美 고율관세로 2027년까지 ‘한시 운영’ 논란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브랜드는 한국GM이다. 국내 시장서 철수설 중심에 서 있는 또 다른 미국 브랜드기도 하다. 한국GM은 미국 본사와의 협의에 따라 적어도 2027년까지 국내 사업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시한부 운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한국GM의 1~8월 누적 내수 판매량은 1만554대로, 전년 동기(1만7270대) 대비 약 39%나 급감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전기차 라인업 부족 등이 겹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GM 철수설에 도화선이 된 건 트럼프발 미국 고율 관세다. 한국GM은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 시장에 수출,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주요 수출 모델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고율 관세가 붙으면서 수출 경쟁력이 뚝 떨어졌다. GM은 실제로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일부 유휴 자산 매각을 발표하며, 철수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장기적 성장 전략보다는 본사 결정에 따라 사업을 유지하는 수동적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전망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