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새 총리가 오는 15일 국회에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지 언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고 상위 2명이 결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명의 후보 모두 한일 관계에 대해 이시바 총리와 비슷한 톤을 유지하고 있으나 다카이치와 고이즈미 의원 모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단골로 참배해왔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이즈미, 자민당 의원 295명 중 72명 확보 선두
하야시 57명 다카이치 37명으로 2위 다툼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이달 15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같은 날 총리 지명선거를 치르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
이번 총리 지명선거는 오는 4일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계기로 실시된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보통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는 국회의원 표와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표를 각각 50%씩 반영해 결과를 낸다. 국회의원 295명은 1표를 행사하고 당원 표는 의원 표수와 같은 295표로 환산한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확보한 후보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다. 295명 중 72명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지지하는 의원은 57명,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함께 양강 후보로 꼽혔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뽑겠다는 의원은 37명으로 조사됐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을 지지하는 의원은 각각 31명과 29명이었다.
당원 투표에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선두권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지통신이 최근 자민당 광역자치단체 지부 47곳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 동향을 조사한 결과, 답변에 응한 25곳 중 각각 8곳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우세라고 밝혔다. 지부 4곳은 두 후보가 백중세라고 전했다.
판세를 종합하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의원·당원들로부터 고루 지지받고 있어서 결선 진출이 유력하고,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하야시 장관이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본래는 당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앞선 것으로 보였으나, 하야시 장관이 의원 지지를 확대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자민당 중진 의원은 "솔직히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우세"라며 "(1차 투표에서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하야시 장관의 2위 싸움이 될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결선 투표 하야시-다카이치 합종연횡 주목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은 의원 295표와 광역자치단체 지부 47표로 판가름 난다. 따라서 의원 표심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의원들은 상위 2명을 상대로 재투표한다.
아사히는 1차 투표에서 낙선한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이 결선에서 어떤 후보에게 표를 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결정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하야시 장관은 모두 이시바 내각에서 각료로 활동했고 정책 측면에서도 친화성이 있어 두 사람 중 한 명이 결선에 오르면 연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설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정권 간부는 "하야시 장관 의원 표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 쪽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진영 내에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결선에서 겨루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하야시 장관을 지지하는 의원이 늘어나는 것이 유리하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반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 모테기 전 간사장 쪽에 접근하고 있다. 세 사람은 모두 이시바 정권에서 중용되지 않았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마찬가지로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옛 모테기파 수장으로 활동한 바 있어 여전히 일부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전날 당내 유일한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와도 만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아소 전 총리는 작년 9월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을 밀었다.
다만 아사히 조사에 따르면 40여 명인 아소파 의원 중 14명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지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을 지지하는 의원은 6명이었다.
한일관계 최대 변수는 새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번 총재 선거를 앞둔 3명의 후보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이시바 내각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뚜렷한 극우 성향 행보를 보여 '여자 아베'로도 불리는 다카이치도 지난 24일 토론회에서 "일미 동맹과 함께 일·미·한, 일·미·필리핀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으로 교류가 활발하고 경제적으로도 조선 등에서 경쟁하지만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이 접근하는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카이치와 고이즈미 의원 모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단골로 참배해왔다. 이에 따라 이들이 총리에 취임할 경우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한일관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두 후보는 최근 선거전 기간에 총리 취임 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카이치 의원은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야스쿠니 신사는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 온 장소로 국책(國策)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총리가 될 경우에도 참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고이즈미 의원도 정치인이 되고서는 매년 참배해왔으며 올해 8월 15일에는 각료 신분임에도 참배했다. 그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재임한 2001∼2006년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한국 등 주변국과 긴장 관계를 빚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의 최근 발언은 중도 지지층까지 신경 써야 할 총재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도 어렵다. 향후 일본 사회의 분위기 변화나 상황에 따라서는 태도가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