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 분야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과 산업 간의 장벽인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픈AI의 초대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참여한 것을 언급하며 "투자 재원 조달 시 독점의 폐해가 없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는 AI와 반도체 산업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자금 조달의 제도적 제약을 풀어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금산분리는 대기업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2년 도입된 제도로,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과거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금융자본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으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첨단 산업에서는 오히려 자금 유입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CVC는 기업이 신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회사 성격의 벤처캐피털인데,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원칙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 요구를 수용해 지난 2021년 일부 완화를 허용했지만, 100% 자회사 형태로만 둘 수 있고 외부자금은 투자금의 40%까지만 허용되며 차입 규모 역시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외부 자금 비율을 확대하고 은행 등 금융자본의 참여를 허용하면 투자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기업 산하 CVC가 유망 투자처를 선별하고 자금력이 있는 은행이 출자자로 나서면 AI와 반도체 같은 국가 전략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관가에서는 연내 출범 예정인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투자 대상과 연계해 CVC 규제 완화가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CVC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여당과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계류 중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외부자금 출자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금융지주의 비금융회사 출자 제한을 5%에서 15%로 완화하고 핀테크 자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통령 지시는 이러한 법안들에 추진력을 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규제 축인 자본규제 완화도 병행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AI,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기업 투자분에 대해 금융사에 적용하던 위험가중치를 낮추기로 했다. 현재 금융회사가 기업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때는 출자분의 최대 4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상장·비상장 주식 투자에 대해 250%로 낮추고 단기매매나 업력 5년 미만 벤처캐피탈 투자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400%를 적용한다.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분 위험가중치도 15%에서 20%로 상향된다. 이 같은 조치로 은행권의 기업대출 여력이 31조6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 움직임이 AI·반도체 산업 투자 활성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금융과 산업 간 균형 유지라는 과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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