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회장 "LA 산불, '폭동의 기억' 넘어 한인의 힘 증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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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회장 "LA 산불, '폭동의 기억' 넘어 한인의 힘 증명했죠"

연합뉴스 2025-10-02 09:25: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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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구호·물자 지원해 이젠 우리가 주류 돕는 주체"

2026 월드컵·2028 LA 올림픽 앞두고 '깨끗하고 안전한 코리아타운' 프로젝트 가동

로버트 안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장 로버트 안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로버트 안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장이 1일 재외동포청 주최 '2025 세계한인회장 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0. 1.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취임 5일 만에 역사적 규모의 산불을 맞닥뜨렸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였죠. LA 폭동 당시 '피해자'에서 이번엔 '돕는 주체'로 한인사회의 위상이 바뀌었어요."

50세의 젊은 나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를 이끄는 로버트 안 회장. 그는 1일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 주최 '2025 세계한인회장 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취임 직후 예상치 못한 대형 재난과 맞서야 했던 안 회장은 산불 피해 현장과 한인사회의 대응, 그리고 2세대 한인 리더로서의 비전과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안 회장은 "이번 산불은 기록적인 피해를 낳았지만, 주로 백인 거주 지역에 집중돼 한인 피해는 다행히 제한적이었다"며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타운이 무방비로 방치돼 큰 피해를 봤던 상황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산불피해 지원 관련 기자회견 산불피해 지원 관련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지난 4월 3일 LA 한인회에서 후원자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로버트 안(오른쪽서 2번째) 회장이 산불피해 지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모금 현황, 피해사례 및 지원방침 등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LA 한인회 제공]

변호사인 그는 산불 당시 법률 구조 지원을 돕던 경험을 떠올리며 "산불 소식을 들었을 때 LA 폭동의 기억이 겹쳐 한인사회에 주는 충격이 컸다"고 회상했다.

한인회에 접수된 피해 가정은 약 40가구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안 회장은 "전소된 가구는 토양 정화와 안전성 검사, 허가 절차 등 복구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며 "보험 문제와 부동산 가치 하락, 투자자들의 매입 시도까지 얽혀 피해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설명했다.

산불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LA 한인회는 미국 주류 사회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안 회장은 "한인들의 전폭적인 협조로 불과 사흘만에 20만 장의 마스크를 확보해 산불 피해 현장에 신속히 배포했고, 2개월 만에 23만 달러 성금을 모았다"며 "한인사회가 단결해 지역사회를 돕는 모습이 오히려 주류 사회의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했다.

LA 산불 한인피해자 구호금 전달 LA 산불 한인피해자 구호금 전달

(서울=연합뉴스) 로버트 안(뒷줄 오른쪽서 5번째)회장이 산불 피해 한인들에게 구호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A 한인회 제공]

그는 "과거 폭동 때는 한인타운이 정치적 무력감 속에 버려졌지만, 지금은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접근성이 달라졌다"며 "한인사회가 주류 사회와 대등하게 협력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LA 한인타운의 최대 현안은 공공안전이다. 안 회장은 "노숙자와 정신질환자 문제, 범죄자 불기소 정책 등으로 치안이 심각하다"며 "한인회가 앞장서 안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 어르신들이 가장 위험하다. 버스와 도보 이동이 많은데 범죄 노출이 크다"며 "정부 예산만 기다릴 수 없어 한인회 주도의 자구책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내년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현재 모습 그대로라면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며 "한류 열풍으로 한인타운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면서 슬로건을 '이음'으로 정했다. 그는 "'이음'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1세대와 2세대가 함께 걸어가며 유산을 계승하는 의미"라며 "이 개념은 영어로도 번역하기 힘든, 한인 공동체만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세대가 이룩한 한인회의 유산이 준비 없이 끊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한인회장 출마 이유 중 하나였다"며 "2세, 3세가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한인사회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LA 산불 한인피해 구호 캠페인 포스터 LA 산불 한인피해 구호 캠페인 포스터

[LA 한인회 제공]

안 회장은 "K-팝과 삼성, BTS의 성공으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주류 영화에서 한국인이 배달원 역할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성공은 곧 동포사회의 힘"이라며 "유대인 공동체처럼 성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대인처럼 소수지만 막강한 정치력을 가진 공동체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디아스포라 지원에 나서 전 세계 한인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앤디 김 의원 같은 정치인의 성공은 개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동포사회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더 막강한 '코리아'가 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안 회장은 한국어로 매끄럽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어머니가 영어를 못하시고 조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는 부모님이 주신 선물"이라면서 "한국어는 정체성을 지키는 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984년 LA 올림픽 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한국을 응원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제 정체성은 늘 한국인이었다"는 안 회장의 말속에서 2세 리더의 뿌리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안 회장은 "현재 한인들은 성공했지만, 봉사와 기부에는 소극적이다. 그러나 공동체의 지속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임기 2년 동안 단순히 한인회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5년, 10년 후를 내다보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후세가 책임과 자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음'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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