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째, 건설업계는 생존을 좌우할 새로운 규범과 마주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변화를 이끌어온 기업이 삼성물산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산업의 기준을 세워온 삼성물산은 최근 평택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삼성물산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동시에, 건설업 전반의 안전 체계를 한 단계 진화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안전을 조직 언어로 만든 기업문화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에서 안전을 기업 정체성의 중심에 두고 움직여 왔다.
2021년부터 모든 현장에서 근로자가 위험을 감지하면 즉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보장했고, 위험 요소 발견 시 2시간 내 개선 후 전 직원에 공유하는 체계를 운영했다. 지난 3년 동안 실제로 30만 건 이상의 작업 중지가 실행됐다. 이는 안전이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조직 언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매년 안전보건 투자 규모를 15% 이상 늘리고, 안전 전담 인력을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확충했다. 단순히 법규 준수를 넘어 안전을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업계 선도성과 구조적 한계
삼성물산은 업계 최초로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두고,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추락·화재 위험을 실시간 모니터링했다. 현대건설의 드론 활용, GS건설의 무재해 캠페인, 포스코건설의 안전혁신위원회와 비교해도 제도적 선행과 실행 속도에서 업계 기준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고의 완전한 종식은 특정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높은 인력 순환성, 현장 간 안전 편차는 어떤 기업도 단독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산업적 한계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건설업 사망자는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했고, 중대재해의 70% 이상이 하청 근로자에게 집중됐다.
이 지점에서 삼성물산의 억울한 측면도 드러난다. 선도적으로 안전 투자를 확대하고 업계 최초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은, 결국 안전이 개별 기업의 과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이 함께 풀어야 할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평택 사고가 남긴 과제와 후속조치
지난 6월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신축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여성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이 2023년과 2024년에 이어오던 ‘중대재해 제로’ 기록은 멈췄고, 정부는 즉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 직후 삼성물산은 원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업체 전원 대상 긴급 안전 점검과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하청 근로자 전용 안전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위험 작업의 단계별 리스크 평가를 전 현장에 의무화하는 추가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대응은 “사고가 곧 제도의 재설계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현장에서 실행한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도 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했기에 충격이 크지만, 삼성물산이 보여준 신속한 후속조치는 산업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즉, 이번 사건은 삼성물산에겐 뼈아픈 기록의 중단이지만, 동시에 업계 전반이 협력 구조를 재설계하고 재발 방지 해법을 모색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가치와 사회적 책임의 교차점
삼성물산은 제도와 문화를 결합한 안전 체계를 구축했지만, 하청 구조 속 반복되는 사고, 현장 실행력의 편차, 사회적 파장에 따른 평판 리스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안전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높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는 현실적 딜레마도 존재한다.
앞으로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 관리와 산업구조 개선이다. AI·IoT 기반 예측형 안전관리로 사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차단하고, 하청업체 안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동시에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 책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약 단계부터 안전 이행 책임을 명확히 하고, 원청이 전 과정에서 직접 관여하는 관리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ESG 평가에서 안전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데이터 기반 안전성과 구조 개선 성과는 투자자 신뢰와 기업 가치 상승으로 직결된다. 삼성물산은 이제 ‘안전 선도 기업’이라는 명성과 ‘사고 발생’이라는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즉각적 후속 조치와 선제적 제도 개선을 실행한 만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질적 성과로 이를 입증할 때, 삼성물산은 투자자에게는 안정적 가치의 상징으로, 사회에는 책임 있는 기업문화의 모범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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