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한국앤컴퍼니는 수장 조현범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전반에 충격에 휨싸였다.
오너 경영이 강하게 작동해온 한국 재벌 구조 특성상, 조 회장의 부재는 곧 경영 공백과 정체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를 뒤덮었다.
"지금은 누가 그룹을 끌고 가느냐보다도, 우리가 쌓아온 철학과 브랜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 더 두렵다"는 직원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절박한 위기의식이었다.
시장은 곧바로 이를 반영했다. 구속 직후 주요 계열사 주가가 흔들렸고, 협력사들 사이에서도 "향후 투자와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러나 이런 불안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조 회장의 경영철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다짐이 점차 힘을 얻었다.
■ 임직원들의 자발적 '경영 사수전'
혼돈의 시기 속에서도 현장은 멈추지 않았다. 본사부터 해외 법인까지 임직원들은 스스로를 '비상체제'로 전환하며 업무 연속성을 지켜내고 있다. 일부 사업부서는 주말 근무를 자청했고, 글로벌 고객사와의 프로젝트 일정도 흔들림 없이 추진 중이다.
특히 "조 회장이 강조했던 기술 혁신과 고객 중심 철학을 현장에서 구현하자"는 기류가 확산되면서 일종의 '사내 결속 캠페인'으로 번지고 있다. 사내 게시판에는 "지금은 우리가 조 회장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때"라는 글이 올라오고, 동료들끼리 격려 문구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었다.
한 임원은 "위기는 오히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오너의 철학을 이어받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 조현범 회장이 남긴 경영철학
조현범 회장은 그룹의 전통적 가치에 '혁신'이라는 새로운 축을 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재임 기간 내내 강조했던 경영철학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기술 혁신이다.
친환경 타이어, 전동화 부품,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었다.
기존 내연기관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중립 대응'과 '글로벌 규제 변화'에 맞춘 선제적 전략을 전개했다.
현장 중심 경영도 빠질 수 없다.
해외 공장과 협력사 현장을 직접 찾아 '소통형 리더십'을 보여왔다.
직원들에게 "책상에서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남겼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들 수 있다.
유럽·북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현지화와 네트워크가 핵심"이라는 소신을 강조했다.
바로 이 세 가지 철학이 현재 임직원들이 '지켜내야 할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 직원들의 눈물겨운 사투, 현장의 사례들
R&D 부문에선 차세대 전기차 부품 프로젝트를 지연 없이 추진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야간 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경영진 부재가 기술 공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해외 법인도 열심이다. 유럽 지사 직원들은 현지 파트너사에 직접 찾아가 "한국앤컴퍼니의 경영 안정성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신뢰를 붙잡고 있다.
일부 공장은 자체적으로 '비상 대응팀'을 꾸려 납기 준수와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조 회장 개인이 아니라, 그가 강조했던 철학과 회사의 명예"라는 말은 사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 "우리가 무너지면 회사도 무너진다"
사내 분위기는 일종의 '전시 체제'다. 팀 단위로 '위기 극복 선언문'을 작성해 공유하고, 직원들 스스로 만든 슬로건인 "우리가 무너지면 회사도 무너진다"는 구호가 널리 퍼졌다. 이는 단순한 사기 진작 차원을 넘어, 대외적으로도 "조현범 경영철학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직원들은 "이 위기를 조직 투명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자정 노력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결속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리스크 해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직원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단기적 버팀목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 조직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범 회장의 구속은 한국앤컴퍼니에게 거대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흔들림 없는 결속으로 '경영철학 수호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헌신은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회사 정체성과 브랜드 신뢰를 지켜내려는 절박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제 한국앤컴퍼니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선,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투명성 확보라는 구조적 개혁을 병행해야 하는 것.
조현범 회장이 남긴 경영철학은 직원들의 어깨 위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승화시키는 과제는 이제 회사 전체의 몫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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