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먹통 1주일] ② "국정자원 전신은 실시간 백업"…20년간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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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망 먹통 1주일] ② "국정자원 전신은 실시간 백업"…20년간 무슨 일이

연합뉴스 2025-10-02 07:0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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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전신 정부통합전산센터 주축 정태명 전 전자정부 위원 지적

"광주 센터 건립 1조원"…'쌍둥이 백업' 천문학적 비용 난제도 풀어야

계엄·탄핵 거치며 유야무야된 디플정위 구상…새 정부는 해결할까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차민지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본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이 무더기 마비에 빠진 사태는 선진적인 민간 클라우드 체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상상 밖의 일이 현실이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실시간 재난복구(DR·Disaster Recovery) 시스템 부재가 지목됐다.

국정자원 배터리 살피는 감식반 국정자원 배터리 살피는 감식반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감식 관계자들이 불이 붙었던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된 바 있다. 2025.9.30 coolee@yna.co.kr

하지만 국정자원의 전신인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세워진 20년 전에는 대전 본원과 광주 센터가 이중화돼 어느 한 곳에서 장애가 생기면 다른 곳이 실시간 백업 역할을 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전면 차단됐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재난복구 시스템을 갖췄던 행정 정보의 '심장'이 20년간 퇴화한 데는 예산 배분에서 재난 대응이 뒷순위로 밀린 관행과 지난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했던 디지털 정부화가 정권 말기 흐지부지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647개 시스템 가운데 서버 DR이 적용된 것은 28개(4.3%), 스토리지 DR이 적용된 것은 19개(2.9%)에 불과한 실정이다.

◇ 정부통합전산센터 추진위원장 "2005년 실시간 백업 확인했다"

국정자원 화재 4일차 현장감식 국정자원 화재 4일차 현장감식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30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감식 관계자들이 4일차 현장 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된 바 있다. 2025.9.30 coolee@yna.co.kr

정태명 전 성균관대 소프트웨어대학장(현 히포티앤씨 대표)은 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국정자원 전신인 정부통합전산센터(통전) 건립 당시 대전 본원과 광주 센터 간 실시간 백업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3∼2007년 전자정부 위원으로서 국정자원의 전신인 정부통합전산센터 건립 추진위원장을 지냈다. 현 국정자원의 기틀을 닦은 셈인데, 2007년 전자정부 발전 유공자에게 주는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정 전 대학장은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지은 목적이 실시간 업무 자동 전환이었다"며 "대전 본원과 광주 센터 두 곳을 동시에 구동하다가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서 바로 지원하는 '하트 비트(심박) 프로토콜'을 적용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에서 클라우드 DR이 되지 않아 실시간(액티브 바이 액티브) 재난 대응이 되지 않은 것과 초기 정부통합전산센터의 모습이 상당히 달랐다는 이야기다.

정 전 대학장은 "실시간 백업이 작동하는 것을 2005년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다만 센터 건립 이후 20년간의 일에 대해 예산 부족 등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센터 간 이중화 기조를 유지했어야 하는데 운영팀이 간과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당시 대전 본원과 광주 센터 간 액티브 바이 액티브 시스템은 굉장히 선진적인 기술이었다"면서 "시간이 흐르며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한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행정 시스템 먹통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상시 연 2∼3차례 부분적 또는 전체적인 비상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전 대학장은 "불이 나기 전에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클라우드 DR 등 인프라가 갖춰졌더라도 시스템이 늘 부분적으로 바뀌고 진화한다는 점에서 상시적인 점검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클라우드 DR 구축에 조단위 든다는데…비용 절감 방안 찾아야

소화수조에 담긴 배터리 소화수조에 담긴 배터리

(대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된 바 있다. 2025.9.28 nowwego@yna.co.kr

정부통합전산센터 건립 뒤 시간이 흘러 클라우드 네이티브(클라우드 최적화) 구조로 정보기술(IT) 환경이 변하면서 클라우드 환경에서 실시간(액티브 바이 액티브) 재난 대응은 필수 요소로 지적된다.

그런데 문제는 '쌍둥이'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비용이 상당하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정자원 광주 센터를 예시로 "과거 물가 기준으로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운영 비용 등이 1조원 정도 투입됐다"며 "동일한 사이트를 만든다면 (비용)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쌍둥이 시스템을 만들려면 클라우드 1개를 만드는 비용이 더 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정부 행정망의 완전한 클라우드 재난 대응 구축에 통신망 비용 등을 합쳐 4조원을 예상하기도 했다.

워낙 큰 결심이 필요한 사업이다 보니 지금껏 제대로 된 클라우드 DR이 아닌 이번 화재처럼 재난이 닥쳤을 때 한정적인 백업만 가능한 서버 DR에만 예산이 투입됐던 것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과감한 재원 투입이 요구된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기술적인 대안을 찾는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클라우드 업계는 지적한다.

국정자원은 지난해 초 클라우드 업계에 기술 문의를 시작으로 7∼12월 '클라우드 다중지역(멀티리전) 동시 가동 체계' 수립 컨설팅을 수행했고 이달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화재 사태 복구가 당장 시급하겠지만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차후 비용을 최적화한 클라우드 다중지역(멀티리전) 동시 가동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부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언더우드 특훈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났을 때 지방정부 별로 역학조사관을 두고 전염병 전문병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메르스가 잠잠해지자 필요 없는 비용으로 계산되면서 예산 편성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이 점이 코로나19 당시 문제가 됐는데 이번 사태와 똑같은 구조"라고 꼬집었다.

문 위원장은 "디지털 사회가 될수록 디지털 재난이 가장 큰 사회 혼란을 불러오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필수 불가결한 행정 시스템의 백업 체계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사태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 디플정이 못 푼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 숙제, 새 정부 몫으로

지난 정권에서 부처 간 정보 공유와 의사 결정 칸막이를 해소하고 진정한 디지털 정부로 거듭나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했던 디지털 플랫폼 정부 위원회가 행정 정보의 클라우드화 진척에 실패한 사실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공공 분야에서도 다루는 정보의 양이 팽창하는 가운데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인식되지만, 정부가 클라우드 기술을 직접 개발, 운영하지 않는 한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다.

그런데 특정 클라우드 회사가 국내 공공 부문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이해충돌과 독과점 우려가 나오곤 한다. 외국계 클라우드일 경우 공공 정보의 국외 유출 우려 등이 행정 정보의 클라우드 행을 막아서는 요인이 돼왔다.

행정안전부는 국정자원 중심 정부 주도 센터(PPP)를,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을, 국정원은 국가망 보안체계(N2SF)를 각각 관리하는 등 제각각 규제를 편 것도 민간 클라우드 활용에 걸림돌로 지적된 바 있다.

이런 부분을 논의하는 장으로 활용하려던 디지털 플랫폼 위원회가 계엄, 탄핵 사태로 힘이 빠지면서 관련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 및 업계의 전언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국정자원 사태를 계기로 'AI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TF'를 꾸려 이러한 문제를 포괄하는 국가 디지털 인프라 근본적 구조 개선 방안을 11월까지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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